[클릭! 현장21]서울 P고 교사해임에 동료들 철회 투쟁

  • 입력 2000년 8월 6일 09시 59분


서울의 명문사학 P고교가 학교비리를 고발하고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박모교사(33세)를 해임하자 동료 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P고교측은 무단 지각 및 조퇴 10여일, 주번교사활동 불성실, 수업시간 중 핸드폰 사용실태 MBC 촬영협조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19일 박교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재단은 7월 13일 박교사를 해임했다.

이에 P고교 전체교사 90여명 중 뜻을 같이 하는 20여명의 교사들은 이를 부당해임으로 판단, 박교사의 해임 철회를 위해 규탄대회를 갖는 등 강경대응하고 있다.

△해임한 진짜 이유는…

박교사를 비롯한 P고교 교사들은 박교사 해임이 학교측의 ‘음모에 의한 제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교사는 작년부터 학교 비리를 지적, 개선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으면 관련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의욕적인 활동을 계속해왔다.

박교사는 또 모의고사를 1년에 두 번 보게 돼있는 정부시행령에도 불구, 학교측이 이를 어기고 교육청에 거짓 보고한 사실을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해 재감사를 받게 한 일도 있었다.

여성특별위원회에 민원을 제기,여자 강사들을 전임교사로 발령 받게해 교장의 독단임용을 제지한 적도 있다.

또 학교측이 일반사회 교사인 박교사에게 국사수업을 맡기자 박교사는 학교에 국사강사 채용을 요구했고 학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지난 3월 재단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국사과목수업배정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교사들은 수업배정중지가처분 신청은 교사의 신분이 아니면 효력이 없어지므로 학교측이 해임을 서두른 것이라 말했다.

김종설교사는(전교조 P고교분회장)은 “학교측이 모든 일에 박교사의 제약을 받으니까 늘 눈엣가시로 생각하다 마침내 제거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료교사들 연일 규탄집회

학교측의 박교사 해임이유는 주번교사활동 불성실, 무단지각 및 조퇴 10여일,잦은 민원제기,MBC 촬영협조 등.

이에 대해 박교사측은 “무단지각,조퇴,주번교사활동 불성실 등은 근거없는 모함”이며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 일찍 퇴근한 적은 있지만 이는 학교측이 양해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박교사가 MBC의 '수업시간 중 학생의 핸드폰 사용실태'촬영에 협조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한 것으로 마무리돼 더 이상 문제될 수 없다는 것이 박교사의 주장.

한편 김분회장은 지난 7월18일 교장과 만나 해임철회를 조건으로 수업배정중지가처분신청을 취소키로 합의하고 교장이 26일까지 '해임철회요구서'를 재단에 제출해주기로 약속했다.

김분회장에 따르면 그러나 교장은 26일 아무 효력이 없는 '해임완화요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에 교사 20여명은“더이상 학교측의 농간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사립학교의 징계권 남용에 강력대처할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학교 정문 앞에서 '부당해임 규탄대회'를 가지고 학교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 27일 서울 서소문동 P고교 재단사무실앞에서 두번째 집회를 가졌다.

또 이달 3일 지하철 고덕역 앞에서 세번째 집회를 열고 박교사의 부댕해임 철회를 요구했다.

박교사는 다음주 중 교육부에 '징계재심청구'를 요청할 계획이다.징계를 받은 이후 1개월 내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으면 교사의 신분이 자연박탈되기 때문.

박교사는 또 “아직 학부모들이 학교의 비리,횡포를 잘 알지 못한다며 학부모들에게 이를 알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P고교 20여명의 교사들을 비롯해 전교조 서울지부는 다음주 초 집회를 갖는 등 박교사 해임이 철회될 때까지 항의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전교조 서울지부 홈페이지(http://www.chamsu.net)에는 '하루빨리 박교사의 부당한 징계를 철회해 명문 사학의 명예를 지키자' , 'P고교,상문고 등 소위 명문사학들이 뿌리깊은 비리에 물들어 있다' 등의 학교측을 비난하는 글들이 게시된 반면 '자기의 할일을 하지 않고 사사건건 문제를 삼으며 몰래카메라 촬영에 협조한 것이 정당한 일입니까'(P고교 학부모)등의 박교사 비난글도 올라와 있다.

김분회장은 “우리 학교 분위기가 원래 보수적이고 권력적이다”라며 “그래서 동료 교사들이 심정적으로 박교사의 문제에 대해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주위의 시선 때문에 동참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교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