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그가 사기한 액수만 3700억원에 이른다. 당시 매스컴은 “변인호가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힘든 한국경제를 흔들었다”고 표현했다.
그의 ‘전공’은 수출입사기, 주가조작, 어음사기 등 3개 분야. 97년 서류로만 수출입한 것처럼 하고 신용장을 근거로 은행에서 수출대금을 미리 받아 챙긴 사기는 변인호가 ‘원조’라고 할 만하다. 그는 이 수법으로 10개 은행에서 2367억원을 사기했다. 같은 해 그는 ‘주가조작’으로 특정기업들의 주가를 치솟게 해 많은 시세차익을 남겼다.
그의 또 다른 특징은 ‘쉼없이’ 사기를 한다는 점이다. 97년 어음할인을 해주겠다며 628억원을 빼돌린 경험이 있는 그는 도주 중인 올해 초에도 ‘주특기’인 어음사기에 가담했다.
그의 사기방식은 이랬다. ‘전주를 동원해 A은행 지점에 수십억원을 유치해준다. 그리고 그 지점으로부터 그 돈을 대출받아 기업체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산다. 대신 대주주로부터 해당 기업 명의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그 다음 거래관계로 발생된 것처럼 조작된 어음을 마구 발행한 뒤 그 어음을 다른 은행들에서 할인받아 A은행에 빌린 돈을 갚는다. 사기꾼은 순식간에 주식을 얻게 되고 해당 기업체는 수십억원의 은행 빚을 지게 된다.’
변인호가 이런 식으로 한번 지나가면 튼튼하던 기업이 약해지고 주주들이 손해보며 은행이 부실하게 된다. 변인호는 돈으로 변호사, 구치소 관계자들을 매수해 교도소를 탈주함으로써 사회의 법질서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변호사가 구치소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줘서 변인호가 구치소에서 병원으로 간 게 아니다”는 묘한 말을 한다. 그렇다면 변의 배후에 막강한 배경이라도 있다는 뜻인가.
‘변의 또 다른 비호세력’에 대한 의혹은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