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인호는 최첨단 통신, 인터넷으로 무장한 ‘디지털화’된 사기꾼이다. 그는 “인공위성 전화기를 쓴다”고 말했다. 그의 통신장비는 월드폰, KT카드, 자동 로밍되는 휴대폰, 전화통화 착신전환 서비스 등으로 알려져 있다. 변은 이런 장비를 적절히 활용해 통화명세 조사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
변은 또 “폰뱅킹으로 송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에서도 인터넷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그의 능력은 오랫동안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 관련 사업을 한 경험에서 나오는 듯하다. 도주행각 중에도 그는 새로운 디지털기술을 재빨리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변인호는 전화통화에서 “저는 한다는 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김형은 살았습니다”고 말한다. 때로는 호탕하게 웃으며 여유를 부린다. 교도소를 탈주해 도망다니는 사람 같지 않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사기꾼 특유의 그럴듯해 보이는 ‘허세’도 자주 부린다. 고향이 경북인 그의 목소리는 약간의 경상도 억양이 들어가 있고 건강하게 들렸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변인호는 실은 겁이 많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은신 장소를 자주 바꾸는 일은 피한다는 것. 그는 일정한 장소에 머물며 주변인물들을 자신의 손발로 부려왔다고 한다. 전화통화에서도 변인호는 “전화가 ‘짤린’ 것 같다”고 말하는 등 검찰의 추적동향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