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현장21]탈주범 변인호 육성, 어떻게 녹음했나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13분


변인호의 육성은 어떻게 테이프에 담을 수 있었을까.

테이프를 녹음한 김우동 경사는 97년 변인호를 검거한 장본인이다. 동시에 그는 탈주한 변인호에게 검찰의 추적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 6월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일단 사기꾼 변인호와 경찰 김우동 사이에 일어난 세 가지 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씨가 변인호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사실, 변인호에게 통화명세를 알려준 사실, 통화명세를 뽑기 위해 무리를 한 사실 등이 그것이다.

김씨는 변씨를 안심시킨 뒤 그를 만나 검거하기 위해 1000만원을 받았으며, 99년 12월 그에게 돈 받은 사실을 검찰에 알렸고 그 이후에도 변인호와의 접촉상황을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구속되기 두 달 전인 올 4월 변인호 건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기자에게 “내가 변인호를 잡기 위해 ‘공작수사’를 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했다. “이씨의 통화명세는 중요한 정보가 아니며 그 정도 정보도 제공해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변을 믿게 하느냐”는 것이 김씨의 얘기였다.

김씨는 “돈을 받고 난 뒤 3개월 동안 보고하지 않은 점, 통신회사에 보내는 업무협조 공문에 내 도장을 찍은 점은 잘못된 일이지만 악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변인호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 ‘특진’하려다 일을 그르쳤다고 후회하고 있다.

김씨는 ‘돈 받은 사실을 검찰에 보고한 뒤에도 자신이 공작수사를 계속해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통화내용을 녹취해 뒀다고 한다. 녹취문은 1심 재판의 증거물로 제출됐다. 김씨는 “곳곳에 자백과 증거를 남기며 범죄자로부터 돈 받는 경찰이 어디 있나. 뇌물 받은 경찰이라는 오명만은 벗고 싶다”고 말했다.

변인호의 육성은 이런 우여곡절의 와중에 녹음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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