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가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방배동 60평 아파트에서 변옥현씨 부부, 남편과 함께 살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양재동을 오가며 탈주자 변인호를 ‘수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평수의 양재동 은신처엔 변인호와 그를 경호하는 건장한 남자 2명이 기거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변의 동거녀 이모씨나 변옥현씨 등 변씨 가족은 모두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김씨가 변씨 일행을 주로 맡았다.
김씨의 삼촌은 “조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세 남자의 세끼 식사와 밤참을 모두 해댔다. 빨래며 설거지, 청소, 잔심부름도 모두 조카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변씨 일가는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며느리 김씨는 새벽에도 자주 불려나가곤 했다.
△엄청난 시집살이… 노이로제 시달려
김씨는 친척인 변인호를 감히 신고할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변씨를 보살피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의 삼촌은 “사기꾼과 건달들에 둘러싸여 사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한번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세상이 다 아는 탈주범을 몰래 간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조카에겐 엄청난 시집살이였습니다. 거기에다 사기꾼 시어머니(변옥현은 2000년 6월 64억원 사기혐의로 구속됐다)와 남편의 폭언, 폭행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며느리 김씨는 어릴 때 리틀미스코리아상을 받았을 정도의 미모에다 서울 S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발행되는 한 ‘시사주간지’의 기자로 활동한 재원. 그녀는 ‘재력가 집안’의 자제로 ‘미국 유학’을 간다는 변옥현의 아들과 중매로 만나 부모의 권유로 결혼했다.
실제로 변씨 일가는 방배동 60평 아파트 외에도 면목동 논현동 화곡동 천호동 한남동 연희동 등 서울시내 곳곳에 고급아파트와 주택, 빌딩, 대지를 소유하고 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의 미국 유학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변인호를 돌본 지 3개월 만에 변씨 집안에서 쫓겨나다시피 이혼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그쪽으로부터 위자료 한푼 없었다. 그때 얻은 충격으로 딸은 극심한 노이로제 증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쇠약해 있어 인터뷰가 불가능했다. 그녀는 희대의 ‘사기꾼 집안’의 또 다른 희생자였다.
허만섭/주간동아 기자 msh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