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캠페인]'풀뿌리 기부문화'를 키우자

  • 입력 2000년 9월 7일 19시 00분


“나같은 인생길 걷는 아이들이 없도록…”

고아들의 장학금으로 전재산 5000만원을 기증한 종군위안부 김군자(金君子) 할머니는 평생 빼앗기기만 한 사회에 오히려 큰 선물을 안겨줬다. 김 할머니 뿐 아니다. 김밥 할머니, 삯바느질 할머니 새우젓 할머니 등 요즘 보는 이를 숙연케 하는 기부의 현장에는 늘 할머니가 있었다.

한국의 기부자는 할머니 밖에 없는가.

아름다운 재단 박상증(朴相增)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유가 있는 사람만 기부를 하는 것처럼 인식이 잘못돼 있다”며 척박한 우리 기부문화에 대해 개탄한다. 전재산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소액 기부자가 많아져야 맑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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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참여연대와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98년 한국인의 1년 평균기부액은 1인당 5800원선으로 미국의 70만원에 비해 100분의1도 안된다.

올 3월 시민운동지원기금이 수도권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인들의 기부 행태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시민들은 불우이웃돕기(52.5%), 수재의연금(50.6%), 사회복지기관 후원(30.5%), 선교 및 포교(30.0%) 등에 기부금을 냈다. 그러나 북한동포돕기나 시민운동, 환경운동 등의 후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말연시 수해를 비롯한 각종 재난이 터졌을 때 방송사나 신문사 주관으로 펼쳐지는 모금행사에 참여하거나 연례성 모금행사인 불우이웃돕기에 일정액을 후원하는 등 ‘반짝 기부’ 등 소극적인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민 4명중 1명만이 정기적으로 기부했다.

시민운동지원기금 양용희(梁龍熙) 사무총장은 “아직 한국인이 한해 얼마나 기부하는지 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기부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합산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 이는 불투명한 조세현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00년부터 매년 기부금액이 발표돼온 미국의 경우 기부자가 연방국세청(IRS)이 제시하는 절차만 밟으면 세금 공제가 된다. IRS 통계는 비영리단체인 ‘기빙 유에스에이(giving USA)’에 넘겨져 매년초 기부 문화에 관한 통계자료집으로 작성되는 것.

가톨릭대 정무성(鄭茂晟·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의 빈약한 기부문화를 “성장일변도 기형적 경제성장이 빚은 현실”이라 지적한다. “더 많이 더 빨리 벌고 건설하느라 사회 주변이나 삶의 질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던 탓”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재단 이사인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 사무처장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가 21세기의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도 부의 세습이 아니라 사회환원을 통해 모두가 좀더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기부가 활성화되려면 사회제도적 장치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기부문화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66.3%)를 꼽았다. 기부자들이 ‘과연 내 돈이 제대로 뜻한 곳에 사용될까’하는 의혹을 갖지 않고 안심하고 기금을 맡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기부목적 (복수응답)

항목응답자비율(%)
불우이웃돕기28552.5
수재의연금22250.6
사회복지기관 후원13430.5
선교 및 포교16330.0
북한동포돕기8218.7
해외구호사업315.7
시민운동183.3
환경운동112.5
여성운동81.8
정치활동71.6
노동운동30.7
기타81.8

주요 국가의 기부 및 자원봉사 현황

 영국미국캐나다스페인프랑스
기부금을 내는 시민의 비율(%)6555627127
월평균 기부액(달러)14384315 8
자원봉사자 비율(%)1520251110
1인당 월평균 자원봉사 시간1.82.25.2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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