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취향은 변한다. 80년대 미국의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따라 구매를 했지만 90년대 들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가 좌우되는 쪽으로 바뀌었다. 포천지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 항목에서는 ‘기업시민의식’이 ‘건실한 재무구조’나 ‘경영의 질’과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의 패러다임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판매와 공익사업 지원을 연결시킨 기업연계마케팅(CRM·Cause Related Marketing)이 부각되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 본사가 대표적인 경우. 이 회사는 95년부터 가입자가 카드를 쓸 때마다 0.02달러씩, 신규가입자가 생기면 10달러씩을 ‘SOS(Share our Strength)’라는 국제 구호단체에 기부했다. 4년간 기부액은 모두 1600만달러. 그러나 카드사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한 매출 신장이라는 더 큰 이익을 얻었다고 자평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양용희(梁龍熙) 시민운동지원기금 사무총장은 “미국에서는 말버러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대기업과 적십자 YMCA 심장재단 등 비영리단체들이 모두 이런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를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의 윈―윈 전략”고 소개한다.
“경매도 하고 기부도 하고” “우유도 먹고 결식아동도 돕고…”
국내에서도 이런 ‘두 마리 토끼 잡기’를 강조한 광고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회사와 수혜자가 받은 이익이나 액수가 정확하게 계산된 적은 거의 없다. 95년 모 전자회사는 자사 제품을 사면 구매가의 1%를 고객이 지정하는 사회복지기관에 후원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인 뒤 실제로 사회복지기관에 300억원을 내놨다. 그러나 그 1%를 받기 위해 그 회사 제품을 사달라는 광고가 많았기 때문에 지원받은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신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서울우유의 결식아동 지원운동, 유한킴벌리의 숲살리기캠페인, SK의 셀프주유시 일정액 결식아동돕기, 한독약품의 훼스탈 매출액 일부의 결식아동돕기, ‘참이슬’ 소주 매출액의 0.2% 결식아동돕기 기금 적립, 공익단체와 연계해 카드사용액의 일정부분을 기부하는 신용카드사의 공익연계마케팅 등도 그런 예다. 햄버거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0∼20원씩 적립해 결식아동을 돕는 기금으로 기부하는 롯데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
가톨릭대 정무성(鄭茂晟·사회복지학)교수는 “이런 마케팅은 향후 공익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주목해야 할 방식”이라며 “반면 비영리단체의 지나친 영리화나 해당기업이 사회에 해악을 미칠 경우 비영리단체도 매도될 가능성 등은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한다. 94년 이후 다양한 기업연계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월드비전(옛 선명회) 박준서(朴俊緖)본부장은 “이런 걱정 때문에 파트너 기업을 고를 때 무척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우리 기업들도 사회공헌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경련 사회공헌팀은 기업 경상이익의 1%를 공익사업을 위해 기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80여개사가 가입해있다. 150여개사가 모이면 ‘1% 클럽’을 발족시킬 예정. 롯데리아 이철우(李哲雨)대표이사는 “‘강하고 큰 기업’보다는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기업에 사회공헌활동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세상떠날때 '작은 공익'남기세요▼
당신은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남기겠는가.
삶의 마무리를 생각하면 누구나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가족. 남겨질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사망과 함께 유족에게 목돈이 돌아가도록 생전에 가입해두는 것이 종신보험이다. 외국에서 종신보험은 상속의 한 종류로 활용되기도 한다.
종신보험 위주로 운용하는 보험사 영풍생명이 아름다운 재단의 ‘유산 1% 나누기’ 운동에 동참한다. 가입자가 훗날 받을 보험금 중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정하는 보험상품을 운용키로 한 것.
40세 가장이 1억원짜리 부부사랑보험에 가입해 20년간 월 20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납입하면 본인이 사망했을 때 1억2000만원,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6000만원이 유족에게 보상되는데 1% 기부약정을 한 경우 보상금의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풍생명측은 보험금의 1% 상당액을 따로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영풍생명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1년치 보험료의 1%를 기부하기로 했다.
문창현(文昌鉉)영풍생명 사장은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가입과 함께 추가비용 없이 공익을 위한 기부행위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는 “보험의 공익적 성격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라 설명했다.
영풍생명은 국내보험사 중 금융감독원이 정한 보험회사 지급여력기준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1만여명이 가입한 영풍생명 종신보험의 신규가입자는 연간 1000명 선. 하영란(河英蘭)아름다운 재단 간사는 “유산 1% 나누기는 당장의 결실보다는 다음 세대가 누릴 열매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