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재단의 나눔의 가게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마침 근처에 가브리엘의 집이 있고 정육점을 하다보니 돕게 됐을 뿐”이라며 “상시적인 도움의 손길이 좀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느 때보다 불우이웃에 대한 온정이 답지해야 할 연말연시지만 경기침체 때문인지 보육원이나 양로원들은 성금은커녕 ‘사람 구경’도 못할 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교회 신도 두 팀 정도가 다녀갔다”고 전하는 가브리엘의 집 김정희(金精姬·50) 원장은 “예년보다 후원금도, 찾아오는 사람도 확 줄었다”고 말한다.
가브리엘의 집에는 뇌성마비에 자폐증, 걷지도 못하고 19세까지 기저귀를 차야 할 정도로 중증인 장애아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누군가 찾아오면 부쩍 생기가 돌고 손님이 돌아가려고 하면 붙잡고 울 정도로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김원장은 전했다.
정신지체 장애아 110명을 비롯해 고아 170여명을 돌보고 있는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천사원의 성탄절 아침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아니라 문 앞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열흘밖에 안 돼 보이던 남자아기였는데 경찰에 신고하고 시립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저희가 곧장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은평천사원 조성아 후원개발실장의 말이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마당에서 차소리가 나면 뛰어나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하는 조규환(趙奎煥·67)원장은 “예년 같으면 원생들과 함께 온종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려 찾는 후원자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겨 원생들끼리 프로그램을 짜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의 와중에 제 살길이 바쁜 기업체의 후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얘기다.
물론 은평천사원도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금은 실제 운영비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1년 내내 누워 지내는 장애인에게는 여름에도 난방을 해줘야 하지만 정부 지원 연료비는 실제 사용액의 40%에 불과하다는 것.
조원장은 “연말연시에 ‘반짝’ 기부금이 들어오면 보육사들에게 보너스도 주고 예산으로 쪼개 쓰곤 했는데 올해는 안되고 있다”고 말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늘 공동생활을 하는 원생들을 시장에 데리고 나가 갖고 싶은 옷이나 장난감을 사게 해주던 ‘작은 사치’도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모금기관의 모금 성적도 엉망이다. 소액후원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웃사랑회는 올 10월 경부터 ‘사정상 당분간 쉬겠다’고 연락이 오거나 후원을 끊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집중모금기간으로 설정한 12월 초부터 2개월간 모금목표액은 427억원. 27일까지 중앙회와 16개 시도지회가 모은 돈은 78억7500만원으로 목표액의 18%에 불과했다.
28일 삼성에서 100억원을 지원해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중이지만 목표액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공동모금회 전흥윤(全興潤) 기획홍보팀장은 “모금이 부진하면 불우이웃 지원사업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걱정했다. 결식아동 그룹홈 쉼터 지원사업이나 노숙자 및 쪽방 거주자 긴급지원 사업 등은 내년부터 축소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 현황 | |
1999년 | |
10월 | 4억6854만원 |
11월 | 5억1354만원 |
12월∼2000년 1월 | 341억원 |
2000년 | |
10월 | 3억5228만원 |
11월 | 2억2070만원 |
12월∼12월 28일 | 178억750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