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이체로 편하게 기부하기보다는 직접 송금하는 수고 정도는 해야 나눔의 의미를 각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는 그에게 나눔은 ‘즐거움’이자 ‘스스로 돕는 일’이다. 지난해 봄과 가을에는 재고 의류 6t을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 보냈고 5년 전부터 아프리카난민들을 위한 모금에도 매달 일정액을 내고 있다. 뛴 거리에 비례해 백혈병 어린이를 돕는 마라톤행사에 참여한 것도 여러 차례. 지난해에는 동아마라톤 등에서 완주해 100만원이 넘는 기금을 보낼 수 있었다.
“찾아보면 즐기고 얻으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저만 해도 아이들 교육을 저절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경제가 어렵다지만 신사년(辛巳年) 새해를 맞이해 이웃과의 나눔을 새해 목표로 설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눔은 주고받는 사람 모두를 성장시키는 선물이 되기 때문.
삼성생명 보험설계사인 노태숙(盧泰淑)씨는 지난해 12월 초 못다한 성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뜻맞는 친구들과 열었던 연주회 이익금 150만원을 올 초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자비연주회였으니 이익금이라고 하기도 뭣하다”고 부끄러워하는 그는 “앞으로도 1% 나눔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말한다.
울산에서 커피노점상을 한다는 박음전(朴音全·50)씨는 아름다운재단에 전화를 걸어 “노점상도 나눔의 가게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7년 전 간경화로 남편을 잃은 뒤 장성한 딸과 둘이 살고 있다는 그는 어려운 살림에도 ‘기쁘게’ 월 2만원씩을 꼬박꼬박 보내고 있다.
경기 광주초등학교 5학년 이지은양 등이 돼지저금통을 깨 모은 돈 13만원을 경기 광주군 ‘나눔의 집’에 기거하는 김군자 할머니에게 가져온 ‘예쁜’ 사례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사업에 실패해 돈으로 도울 수 없지만 카니발 9인승이 있으니 차가 필요할 때 언제라도 불러달라”고 연락해온 지해성(池海成·64)씨는 “새해에는 사정이 나아져 어려운 이웃을 좀더 도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이 돕지 못해도 주변 사람들과 연결해 도움의 손길이 닿도록 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는 그는 1년 전 시신기증 서약도 해놓았다고 한다.
‘기부’의 특성상 익명을 요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해말 1% 나눔운동에 동참한다며 200만원을 보내온 한 기부자는 “기부란 결국 내 자신을 위한 것이니 어찌 보면 이기심의 소산”이라는 익명의 변(辯)을 내세웠다.
나눔의 특징은 ‘새끼’를 치며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 다음날 익명 기부자의 직장 동료가 아름다운재단에 30만원을 보내며 “새해에는 주변 다른 이들도 동참시키겠다”고 다짐했다.
1년간 모은 수입의 10%라며 지난해말 200만원을 김군자할머니 장학금에 보탠 현직 여교사도 익명을 요구한 경우다.
예종석(芮鍾碩·한양대 교수) 아름다운재단 정책자문단장은 “이웃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가진 사람보다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돈이나 재산보다 먼저 마음을 나누는 쪽이었으면 좋겠다”고 신년 소망을 말한다.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 재단 이사는 “뱀의 해에 꼬리를 물듯 나눔이 이어져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