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NGO는 장기간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경험하고 문민정권, 그리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경제·사회의 각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그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집단으로 NGO단체를 선정하고 있는 점은 국회기능에 대한 문제점의 지적과 아울러 정책과정에서 NGO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아울러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왜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NGO에 대하여 희망을 가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한국의 정치·경제영역에서 뚜렷한 국가의 비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도 찾아볼 수도 있다.
또는, 21세기 초입에 서있는 우리 사회가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시민사회의 성숙과정에서 보이는 현상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두 가지의 관점이 20세기 초엽에 갈등을 겪었던 그람시류의 국가와 시민사회의 충돌이라는 시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1세기, 2001년의 정부와 NGO와의 관계에 관한 전망은 민주화의 진전으로 인하여 국가에 대한 저항 대신에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필요한 경우 협조를 하는 협조주의적인 관계가 오히려 지속적으로 형성되리라 예상된다.
또한 정부의 각종 프로젝트에 많은 NGO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때로는 여야 정쟁에 의하여 NGO활동에 대한 정체성 시비가 2000년의 총선연대활동에 대한 비판이 있어왔던 것처럼 2001년도 NGO에 대한 정체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책과정이라는 복합적인 정부영역에서도 NGO의 활동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이어 받아 2001년에도 NGO들은 이전의 단순한 조언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NGO에서부터 각종 정부위원회에의 직접적 참여, 그리고 입법청원과 언론, 국회 심의위원회에의 참관 등을 통한 국회압박, 여론압박 및 시위를 직접 전개하는 NGO에 이르기까지 NGO의 활동 패턴이 더욱 더 다양해지리라 예상된다.
즉, 2001년에도 한국사회에서의 NGO는 정부와 국민간의 중간에서 다양한 레벨에서의 활동들을 보여줄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NGO간의 관계에서 NGO가 정부정책에 대한 합법성을 입혀주는 역할만 했지 실제적으로 시민사회구축에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NGO의 활동에 대한 정체성의 시비는 NGO들의 정치과정 및 정부의 정책과정에 개입하는 정도가 깊으면 깊을수록 격론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NGO가 어떠한 형태로 관계설정을 하는 가는 NGO의 활동이 시민사회의 성숙이라는 형태로서 자리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정치과정에 시민사회가 흡수되어 NGO활동 자체가 매몰되어 버릴 것인가에 달려 있으며 바로 2001년이 기로의 해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 속에서 2001년의 바람직한 정부와 NGO간의 관계설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정부의 NGO에 대한 지원방식을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정부지원방식에서, 점차적으로 정부의 정책결정자의 자의적 판단이 감소되는 NGO단체에 대한 세제혜택, NGO인큐베이터 기능을 수행하는 시민사회와의 공동기구설립을 통한 간접적 지원방식을 확대해 정치과정에 NGO가 매몰되는 현상을 막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NGO의 활동이 공공서비스 공급주체로서 영역이 늘어나는 것을 대비하여 NGO 역시 자체능력인 볼란티어 정신함양, 회계의 투명화, NGO내부의 정책과정의 민주성 제고 등을 통하여 NGO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NGO의 생명력의 원인은 모임 내부에서 사회적 계층이 큰 장애로 부각되지 않았고, 따라서 많은 계층들이 접근할 수 있다는 데에 그 활력소가 있다.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소통적 과정이 내부에서 일어나는 데에 그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2001년에도 여전히 한국의 NGO가 국민에게는 대안중의 하나가 되며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NGO가 이제까지 보다 더 격의 없고 도덕적으로 무장된 '公論의 場'의 성격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임승빈/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lim0816@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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