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전문 포탈사이트 ‘해픈’(http://www.happen.co.kr)의 행사관리팀 팀장 양헌씨(28)는 대학시절 성동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를 잊지 못한다. 당시 양씨의 검정고시반 '제자'들은 양씨에게 수업시간중 ‘딴소리’를 하지 말라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고 한다.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청년이 검정고시 합격이 다급한 학생들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룬 셈이었다.
그후 다시 양헌씨가 교단에 선 것은 교생실습을 나갔던 서울 무학여중에서.
“4개반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웠어요. 이름을 불러주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지요. 제가 학교 다닐 때와 똑같았어요”
그러나 양헌씨는 국어선생님이 되는 꿈을 당분간 포기하기로 했다.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힘든 교육현실 속에서 선생님이 된다는 게 불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후 양씨는 이리저리 선배들을 쫓아다니다가 지금의 벤처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양씨가 일하는 회사 ‘해픈’은 문화공연, 정부행사, 대학세미나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각종 문화공연을 날짜별로 알려주는 ‘문화캘린더’를 개발해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 일을 하던 양헌씨가 NGO 캘린더를 구상하게 된 것은 “돈으로는 못 돕지만 다른 방법으로 NGO 단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였다.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은 '해픈'의 대표이자 선배인 이승우씨도 마찬가지인 듯, 양씨는 인터뷰 내내 선배 자랑을 했다.
“NGO 캘린더를 원하는 곳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사실 NGO에는 좋은 행사들이 많은데, 몰라서 참여를 못하는 것 같아요. 선배나 저나 돈은 없지만 시민 운동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일이지요”
양씨는 “시민단체의 경우 홍보가 잘 안 된 자원봉사모집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봤다”며 “홍보만 잘 된다면 NGO행사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헌씨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환경운동연합이다.
“선배 누나가 추천해 환경운동연합에 가입하게 됐어요. 회비는 꼬박꼬박 내지만 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시민단체의 사정은 잘 알게 됐어요. 간사 월급이 얼마인지 아시죠?”
얘기는 또 그렇게 흘러갔다. 60만원이 조금 넘는 시민단체 간사들의 월급 이야기, 시들해진 학생 운동 이야기, 선배들의 무용담…
“돈을 많이 벌면 다시 국어선생님을 해보고 싶어요. 학교에서 말고, 대안학교를 세워서요. 요즘엔 폐교를 1년에 2500만원씩 받고 임대해 준대요.”
양씨가 2500만원을 모을 때까지 폐교가 남아 있어야 할텐데…
모처럼 꿈이 있는 청년을 만나던 날, 아직 쌀쌀한 공기를 따뜻한 햇살이 마구 비집고 들어왔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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