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한독일문화원 주최로 ‘JSA-한국군사경계선에서의 허구와 사실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열린 상영회에는 박찬욱 감독, 심재명 명필름대표, 원작자 박상연 씨와 100여 명의 내외국인들이 참여해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을 나눴다.
특히 이날 토론에는 JSA의 배경이 된 판문점 중립국감시단원 2인이 패널로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 논쟁의 불씨를 붙인 사람은 패널중 1명인 국방부 대령 김동명씨. 김대령은 “이 영화가 판문점의 현실을 크게 왜곡해 현역 JSA장병은 물론 이 부대에 지원하게 될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대령은 현재 JSA에서는 기관총 등의 중화기가 사용되지 않고 있고, 병사들도 영화에서처럼 나태하게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JSA에서와 같은 상황은 벌어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립국감시단원들은 실제로 JSA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는 없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수긍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중립국감시단원 피터 함마르스트룀(스웨덴)씨는 "판문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하지만 한국에서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을 볼 때 한국인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같은 중립국감시단원인 아드리엔 에베코(스위스)씨도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정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인간교류의 열망을 다룬 인류애"라며 "분단된 상황에서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의미는 알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 베를린에서 온 작가 한스 크리스토프 부흐씨는 "독일 분단 시절에 실제로 동서독 병사들이 군사용 인터넷인 핫라인을 통해 메시지를 교환한 적이 있다”며 "JSA에 전혀 사실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다" 고 주장했다.
한때 기자였다는 부흐씨는 "기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만 영화감독이 사실을 전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를 감독했던 박찬욱씨는 "북한이 주적으로 규정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그러한 상황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현재 남한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이미 흥행성적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토론을 끝까지 경청하고 영화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외국인은 "혹시 이 영화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고 평가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일본 NHK방송은 토론회 전체 내용을 취재하는 등 박찬욱 감독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우베 슈멜터 문화원장은 "이런 논쟁이 통일을 준비하는 남북한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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