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각각 '광복절'과 '재앙의 날'을 맞았던 '이-팔' 분쟁지역에서는 양쪽의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3명이 죽고 120여명이 다쳤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양측의 '죽고 죽이는' 재앙의 원인과 현실을 짚어보기 위한 인권영화제가 한국에서 개막됐다.
시민단체 인권운동사랑방은 18일 서울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5.5 인권영화제 개막식을 갖고 23일까지 5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영화제는 팔레스타인 분쟁을 이슈포커스 부분으로 기획했다. 분쟁 당사자들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제3국의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된 11편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 작품들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개막식에 앞서 첫 작품으로 상영된 '평화의 가장자리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합작 다큐멘터리 작품.
지난 1993년 중동평화협상 이후 7개월간 양국의 보통 시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담하게 찍었다.
왼쪽부터 <필드 다이어리>, <정착민들>, <평화의 가장자리에서> |
이 작품에는 당국의 평화협상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두 민족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매일같이 돌에 맞지 않기를 기원하는 이스라엘 시민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며 무장 시위를 벌이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쫓는다.
이 지역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거듭돼온 반목의 실상이 소박하지만 절실하게 화면에 펼쳐진다.
개막 작품으로는 미쉘 클레이피 감독의 극영화 '세 개의 보석 이야기'가 선택되었다. 이 영화는 가자 지역 난민촌에서 살아가는 12살 소년의 꿈을 통해 팔레스타인이 안고 있는 비극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 지역에서 촬영된 첫 번째 장편 극영화다.
<세 개의 보석이야기> 포스터 |
이슈포커스 '팔레스타인, 재앙의 진원을 찾아서'를 기획한 김정아씨는 "반세기 이상 다중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랍 민중들의 고난의 역사와 재앙의 진원을 밝혀보자는 취지로 이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인권영화제는 6회째를 맞는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영화제를 5.5로 이름 붙인 데는 숨가쁘게 지나왔던 지난 5년 동안의 영화제를 돌아보고 6회 영화제를 준비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슈포커스와 함께 열리는 '다시 보는 명작선'에는 지난 5년간 인권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작품과 인권운동사랑방이 추천하는 인권 명작들이 선을 보인다.
볼리비아 혁명가 체 게베라를 회고한 리차드 딘도 감독의 '에스네스토 체 게베라:볼리비아의 일기', 칠레 아옌데 정권 몰락 전 좌우익의 공방을 다룬 파트리시오 구즈만 감독의 '칠레전투' 등 총 1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게 인권문제에 다가갈 수 있는 '애니휴먼' 부분에는 전승일 감독의 '그리운 사람들 외 8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이맹유 감독의 '기억', 계운경 감독의 '팬지와 담쟁이', 박승우 감독의 '옛날 이야기'는 '한국영화' 부분 상영작으로 지목됐다. 이 한국영화들은 다음해에 열리게 될 제6회 인권영화제의 후보작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관계자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매년 대학교정에서 당국의 탄압을 받아가며 상영되던 인권영화제가 서울 한복판의 개봉관으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게 됐다"면서 "인권영화제는 그동안 지켜왔던 무료 상영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의처:02-741-5363)
안병률/동아닷컴 기자 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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