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두 차례 검찰 정기 인사가 끝나면 같은 청에 배치된 평검사들 사이에 좋은 부서로 가려는 치열한 각축이 벌어진다.
수도 서울을 관장하는 서울지검의 경우 3차장검사 산하의 특수 1, 2, 3부와 외사부, 강력부가 선호하는 부서로 꼽힌다. 이들 부서는 형사부와 조사부처럼 경찰에서 넘긴 송치사건이나 고소고발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스스로 사건을 적발해 수사하는 ‘인지(認知)부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수부는 정치인과 경제인, 고위 공직자 등의 사정(司正)수사를 담당하고 외사부는 기업 등의 해외 관련 범죄 행위를, 강력부는 조직 폭력과 마약 사건 등을 맡고 있다.
본보 법조팀과 순천향대 이민규(李珉奎)교수팀의 검찰 인사 분석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서울지검 특수, 외사, 강력부 검사의 50%가 호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검사 1191명중 호남 출신 검사 비율인 22%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3차장을 포함한 3차장 산하 검사 총 38명중 호남 출신은 19명(50%)이고 영남 출신 10명(26%), 수도권과 충청 출신 각 4명(각 10.5%), 강원 출신 1명(3%)순이다. 호남 출신 19명중에는 전북 출신이 8명, 광주 전남 출신이 11명이다. 3차장과 특수 1∼3부 소속 검사만을 치면 호남 출신이 54.5%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전국 검찰청의 ‘꽃’으로 청내 부서 배치 인사를 놓고도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 영남 정권 시절에는 이들 자리의 상당 부분을 영남 출신 검사들이 차지했고 호남 출신은 ‘양념’처럼 배치됐었다.
한 호남 출신 검사는 “과거 정권에서 호남 출신들은 호남이라는 이유로 첫 보직부터 차별을 받고 이후에는 경력이 안 좋다는 이유로 차별받았다”며 “최근의 호남 편중 현상은 이같은 과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동명이인'검사 20명중 1명꼴▼
컴퓨터를 이용한 검찰인사 분석에서 나타난 재미있는 현상은 성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 검사가 유달리 많다는 점. 올해 7월 기준으로 전체 1191명의 검사 가운데 57명이 다른 검사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명에 1명꼴로 동명이인이 있는 셈. 다른 회사나 조직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이들 중 ‘김진태’검사는 4명이나 돼 최다기록. 서울동부지청 부장검사(金鎭泰)와 대검 환경보건과장(金鎭太), 서울북부지청 검사(金鎭台), 수원지검 검사(金辰泰) 등이다. 다행히(?) 이들은 모두 한자가 달라 혼동이 심하지 않다. ‘김영철’검사도 대구고검장(金永喆)과 서울지검 송무부장(金泳哲), 사법연수원 교수(金永哲) 등 3명. 여기에 변호사(金永喆)와 군법무관(金暎喆)까지 합하면 ‘법조인 김영철’은 5명이나 된다. 법조인 동명이인 중 최다 기록.
‘이명재’검사도 2명이다. 과거 김기춘(金淇春·현 한나라당 의원) 검찰총장에게서 ‘당대 최고의 검사’란 칭송을 듣기도 했던 이명재(李明載) 서울고검장과 이명재(李明宰) 서울북부지청 검사가 있다. 한자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다. 박상길(朴相吉) 수사기획관과 박상길(朴相吉)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인데 박기획관이 대검 중수부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치면서 워낙 많이 알려진 탓에 혼동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 그러나 조정환(曺正煥) 수원지검 부장검사와 조정환(曺正煥) 전주지검 부장검사는 임관 1년 선후배인데다 직급도 비슷해 검찰 내에서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 내에 특히 동명이인이 많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은 ‘우연’이라고 보지만 일부 검사들은 “작명(作名)할 때 좋은 이름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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