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취업이나 해외 유학에 쓰이는 토플시험이 지난해 10월부터 종전의 지필고사에서 CBT(컴퓨터로 보는 시험)방식으로 바뀌면서 영작시험이 필수과목으로 됐기 때문이다. 총점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영작은 대개 3.5∼5.5점(6.0만점)에 분포되지만 이를 새로 도입된 300점 만점의 부분점수로 환산하면 20점이 넘게 차이가 나는 ‘강한 변별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박정어학원의 경우 방학이 낀 탓도 있지만 종전 5∼7개에 불과하던 영작문강좌가 12월부터 주말반 종합반을 포함해 52개로 늘어났다. 이 학원 홍시혜 영작파트팀장(31)은 “영작강좌가 이렇게 이상과열 현상을 보인 적은 없었다”면서 “사법고시 등 국가고시에서 영어과목을 토플을 포함한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이익훈어학원은 아예 회화반처럼 수강희망생들에게 ‘레벨테스트’를 실시해 초급반부터 고급반까지 분반시킬 정도. ELS 파고다 등 다른 외국어전문학원들도 영작관련 과목 수강생이 지난해 12월부터 2∼3배 이상 늘어났다. 학교 어학원에서 영작문 강의를 듣는 강종훈씨(24·한국외국어대 신방3)는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학생들에게 영어 에세이에 대한 개인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많다. 영어 워드프로세싱에도 익숙해지기 위해 따로 ‘영어타자’에 관한 속성강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토플 영어논술의 경우 ‘찍기비법’ ‘단기간 성적향상’이 통하지 않는 평가방식을 채용했지만 시험준비생들은 벌써부터 ‘암기논술’을 공부하기도 한다. 해외교환학생 파견시험을 위해 토플을 준비하는 황주윤씨(21·경희대 지리3)는 “미국 ETS(토플출제기관)에서 밝힌 155개 보기문제 중 1개가 출제되기 때문에 주제별로 핵심적인 2, 3개 문장을 익혀두는 방식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외국인회사나 경영컨설팅업체 등에서 단순한 회화능력보다는 심층적인 영문 자기소개서를 당락의 중요 변수로 삼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어 논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권오량(權五良·영어교육학)교수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E메일 커뮤니케이션 등이 활성화하면서 영어쓰기가 ‘대인관계의 회화’만큼이나 순발력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교수는 또 “어려운 숙어나 구문을 대입하는 ‘구식 영작’은 지양하고 자신의 사고를 간결 명료하게 정리하는 스타일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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