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선진국형 로비행태로 이행하고 있다는 긍정론과, ‘파워 집단’의 지나친 집단이기주의와 사익(私益)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차기 대선에서 우리의 뜻을 이해하고 밀어줄 정치인을 골라 지지운동을 펴자.’
‘의사협회 회비를 정치인에게 후원금으로 지원해 차기 정권에서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자.’
최근 의사전용 인터넷 통신망인 ‘메디게이트(medigate)’에서 자주 논의되는 내용들이다. 지난해 의약분업파동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젊은 의사들이 중심이 돼 ‘전략 수정’을 도모하려는 것.
결정된 정책에 뒤늦게 저항하기보다 정부와 국회를 미리 설득하고 내편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나가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B씨(31)는 “특정 정치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의료계 내부 문제와 관련된 정책이 올바르게 수립되도록 방향을 제시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후보로 ‘변호사의 이익옹호’를 공약 기조로 내세운 정재헌(鄭在憲)변호사를 선출했다.
이를 놓고 그가 ‘마당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사법시험 합격자수 급증에 따른 내부경쟁 심화, 임박한 변호사시장 개방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업계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줄 사람을 선택했다는 것이 중론.
일부 보수성향의 변호사들은 지난해 변협이 변호사 공익활동을 의무화하자 “변협이 과연 변호사를 위한 단체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변호사는 후보 당선 직후 “세계 어느 나라도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법률로 정해 놓고 있지 않으며, 전문가 집단에 공익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정을 공언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노조결성이 금지돼 있음에도 이달초 노조형태를 띤 전국단위의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가 출범했다. 직접적인 발단은 공무원 구조조정과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공무원 전체의 의견을 결집할 기구가 필요했던 것.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교육단체의 정치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등 이익추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공익(公益)과 사익(집단이익)이 충돌하는데 따른 우려와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 공익활동에 대한 변호사 업계 내부의 분분한 의견이 대표적인 예.
이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다양한 이익이 상충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 집단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세(勢)를 결집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한다.
반면, 각 집단간 계층간 불평등이 여전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도 변호사 등 전문가집단의 공익적 역할이 요구된다는 견해도 많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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