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산불-생태계보전 심포지엄 "강원산불 기후탓"

  • 입력 2001년 3월 7일 19시 50분


지난해 4월에 각각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이르는 238㎢를 휩쓸며 모든 국민을 경악케 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임업연구원은 최근 ‘산불예측 및 생태계 보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산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토양생태계 파괴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는 균의 침입에 취약하다. 나무가 속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는 심재부후현상이 나무 전체에 나타난 모습. 위쪽 숫자는 단면을 얻은 나무의 높이다.[사진제공 임업연구원]

▽토양 생태계 파괴 심각〓임업연구원 임주훈 박사(산림생태학)는 산불이 일어난 지역을 방치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조사지역은 1996년 4월 38㎢의 숲 소실시켰던 고성산불이 일어난 지역 중 1㎢에 이르는 영구보존 조사구역이다.

연구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는 강수에 따른 토사유출로 밝혀졌다.

화재로 뿌리가 타고 낙엽 등 유기물이 없어지면서 비가 오면 표토층이 그대로 휩쓸려 가 잔돌이 드러나고 토양의 수분 함유력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불로 타버린 그루터기에서 맹아(싹)를 틔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참나무들조차 해가 지날수록 점차 생장이 더뎌지고 박테리아의 침입에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지는 소나무 고사율〓우리나라의 대표수종인 소나무의 경우 산불을 무사히 넘긴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죽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지역 조사구 소나무의 경우 96년 산불이 난 이듬해에는 18%만이 고사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98년에는 63%, 99년에는 95%가 죽은 것으로 판명됐다.

임 박사는 “불이 지나가고 나면 뿌리가 상처를 입기 때문에 처음에는 멀쩡한 것 같아도 결국 서서히 죽어간다”며 “이렇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 생태계가 회복되는데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조류가 해양 오염 정화시켜〓나무가 불에 타 없어져도 재와 함께 질소와 인을 함유한 무기영양염류와 중금속은 그 자리에 남아 토양에서 유출된 중금속과 함께 빗물에 휩쓸려 바다로 유입된다.

이 때문에 해양 생태계가 교란되는데 1996년 고성산불의 경우 연안 양식장의 전복 성게의 수확량이 70%나 감소했다.

순천향대 신형웅 교수(해양생태학)는 산불로 인해 해양 생태계로 유입되는 재와 중금속을 구멍갈파래 같은 해조류를 이용해 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불다발지역은 기후가 달라〓임업연구원 이시영 박사는 ‘산불발생인자의 지역별 유형화’라는 논문에서 지난해 피해가 컷던 강릉, 동해, 속초 등지가 원주 춘천 태백 등 다른 지역보다 불이 번지기 쉬운 기후라는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이들 지역의 일일 평균 온도는 내륙지방보다 2.6℃ 높았고 상대습도는 오히려 3.4% 낮았다.

또 지표온도도 3.3℃ 높았고 평균풍속은 초당 1.3m가 더 빨랐다.

지난 10년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33건으로 이중 원인 미상인 47건을 제외하면 모두 사람들의 실화가 원인이었다.

이 박사는 “원인 미상인 경우도 마른번개 등으로 인한 자연발화일 확률은 희박하다”며 “전체 산불의 65%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봄철에 일어나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

alchimiste@donga.com

<강석기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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