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무턱대고 쇠고기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로 축산농가와 식당 등 관련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식당가 표정〓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의 고깃집 10여곳은 대부분 메뉴를 바꾸거나 아예 업종변경을 고려 중이다. 안전하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던 공무원들도 광우병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농림부 직원들의 단골식당이던 C쇠고기전문점 김모사장(49·여)은 “광우병 파동 전엔 점심시간에 100여명의 손님이 찾아왔는데 지난 두달간은 파리만 날렸다”며 “단골 손님들이 우리 축산업의 실상을 잘 아는 공무원들이라 영향을 덜 받을 줄 알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사장은 쇠고기전문점이지만 ‘보신탕’을 메뉴에 집어넣을 생각이다.
광우병 파동이 닥친 1, 2월은 패스트푸드업계의 최대 성수기였다.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업체들은 광우병 파동을 헤쳐나가기 위해 ‘새우버거’ ‘치킨너겟’ 등 비(非)쇠고기 상품들을 집중 광고했다. 맥도널드의 한 관계자는 “1월엔 돼지고기를 넣은 ‘불고기버거’를, 2월엔 새우를 넣은 ‘새우버거’, 3월엔 닭고기로 만든 ‘맥너겟’ 등을 차례로 할인 판매했다”며 “소비자의 식생활에 메뉴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소비자 기호의 변화〓서울 강남구 포이동 S채식뷔페에는 주말이면 가족단위 손님, 회식 손님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 평일에도 하루 평균 150여명이 몰려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 서울 중랑구 묵동의 한 채식식당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량 손님이 늘었다.
‘생명과 건강을 살리는 채식모임’의 이원복(李元福·34)회장은 “지난해까지 600여명에 불과하던 회원이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900여명으로 늘었다”며 “그동안 채식운동이 활발하지 못했는데 이번 광우병 파동 이후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매체에 광우병 이야기가 등장한 뒤 한번도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권모씨(33)는 “과거 우지(牛脂) 파동 때는 라면, 중국산 납게 소동 때는 게요리, 지난해 구제역 파동 때는 쇠고기 등이 수난을 당했다”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만 쇠고기를 꺼리는 주위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광우병 전문가인 한림대 의대 미생물학연구실 김용선(金龍善)교수는 “한국인들은 그동안 육회 등 쇠고기를 생식까지 할 정도로 쇠고기 소비가 많았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없었다”며 “모든 분야의 점검 끝에 안전성이 확인된 이상 지나친 식생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식생활정보센터 이정원(李貞遠·충남대 소비자가정)교수는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상품을 기피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 반응이 지나치게 급하다”며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식품소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광우병은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지만 구제역은 아직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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