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공고 현실 알고 교원성과급 논하라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21분


공업고등학교 교사로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 성과급 제도에 대해 한마디하고 싶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공고 교실의 수업 상황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부재(不在)’의 현장이다. 대다수 학급에서 교과서와 필기구를 지참하는 학생은 5, 6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학생은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잠을 자는 것으로 3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다. 더러 예외도 있지만 설득과 훈화로는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교사들이 아무리 좋은 교육이론을 습득하고 올바른 교육을 실천하려고 해도 그 뜻을 펼치기 지극히 어렵다. 한마디로 교육과 무관한 곳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교직원들의 봉급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국민 혈세 낭비 기관’이라는 자괴감까지 든다.

이런 곳에서 ‘교육 성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교육의 근본 목적이나 내실과 관계없는 현장에서 어떻게 교육 성과를 측정한단 말인가. 교원 성과급제를 말하기 전에 실기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거나 단기 기능 양성과정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공고의 교육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교원성과급제도는 공허할 따름이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기 쉽다. 당국은 일선 교육 현장을 충분히 살핀 뒤 학생과 교사를 위한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유 광 훈(서울 마포구 염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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