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악대를 좀 보내 주실 수 없는지요? 오늘 연주가 펑크난다면 어린 학생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어떡하겠습니까?”
5분쯤 지났을까. 군악대가 우리 학교로 출발했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연주가 시작돼 조용한 음악이 흐르자 어린이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았고, 동요가 연주될 때면 손뼉으로 흥을 돋우었다.
‘부산 갈매기’가 연주될 때는 사직구장을 옮겨 놓은 듯했다. 군악대의 아름다운 선율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한 시간 넘게 수놓았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 내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그 날 육군 군수사령부 군악대도 계획된 연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을 위해 단숨에 달려와 연주해 주었고, 이로써 나는 군을 한없이 신뢰할 수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준 것은 군이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다시 한번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
이원우(부산 명덕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