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부부는 86년부터 가판대 운영을 했지만 좀처럼 이익이 나지 않던 2호선 신당역을 떠나 지난해 1월 이곳에 자리잡았다. 지하철공사에서 운영권을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추첨으로 다시 나눠주기로 한 방침 덕택이다. “우리 부부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잘 봐주셨나 봐요.” 이씨가 씩 웃는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운영되는 신문가판대는 모두 323곳. 대부분 이씨 부부와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이 임대를 받았다. 혼자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생을 두기도 한다.
0.57평. 가판대가 차지하는 이 공간에서 이씨 부부는 함께 일한다. 보청기를 끼고도 손님의 주문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씨의 귀는 아내 홍씨가 대신한다. 이들 부부가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손님은 가판대 앞을 가로막고 신문을 뒤적이다 그냥 휭하니 가버리는 유형.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러고 보면 신문 한 부 값이 100원일 때가 가장 좋았어요. 서로 부담도 없고.”
게다가 노숙자들이 낮에 와서 잔다고 승강장 간이의자를 치운 뒤로 가판대 주변은 더 북적인다.
지난해 여름 가판대 안의 평균온도는 섭씨 38도였다. 가끔 역 냉방장치마저 고장나면 가판대 안의 온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치솟는다. “차라리 겨울이 낫죠. 겹겹이 옷을 껴입거나 전기 스토브를 켜면 되니까요.” 지금 시청역 승강장에선 냉방장치 교체작업이 한창이다.
신문 300부. 가판대의 하루 손익분기점이다. 그러나 역마다 팔리는 신문 부수는 천차만별. 잘 팔리는 곳은 1000부도 너끈하다. 따라서 가판대 임대료도 다 다르다. 많이 내는 곳은 1년에 1500만원까지 된다. 하지만 이들은 판매 부수를 잘 밝히려 하지 않는다. 이씨가 손사래 치며 말하는 매상은? “뭐, 아들 하나 대학 보낼 정도지요.”
이씨 부부가 10여년 경력에서 깨달은 것 한가지는 ‘배차 간격이 짧을수록 신문이 안 팔린다’는 것. 손님들은 가판대 앞에서 일간지부터 ‘옐로 페이퍼’까지 죽 훑어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데 열차가 오면 일단 타고 본다는 것.
그래서 요즘 이들 부부의 때이른 걱정거리는 다름 아닌 2002년 월드컵이다. “관람객 편의를 위한다고 지하철 편수를 늘릴 텐데…. 그러면 배차간격이 줄어들겠지요.”
밤 11시40분. 막차가 들어올 무렵 이씨 부부도 가판대를 정리한다. 계단을 오르는 작은 두 그림자. 다음날 새벽 6시, 가판대는 어김없이 열릴 것이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신문가판대 임대료 톱10
순위
역
연간 임대료
(만원)
1
2호선 강남
1539
2
5호선 종로3가
1484
3
2호선 삼성
1348
4
2호선 신촌
1300
5
1호선 청량리
1210
6
2호선 홍대입구
1117
7
2호선 신림
1106
8
4호선 사당
1103
9
7호선 장승배기
1098
10
2호선 을지로입구
1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