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이도바시(水道橋)의 도쿄돔까지 가기 위해 긴자(銀座)역에 들어선 그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바로 승강장 벽에 내걸린 안내도. 우리가 흔히 보는 노선도가 아니다. 환승 때 몇 번 전동차에 타면 빠른지, 목적지로 연결되는 출구로 가려면 몇 번 전동차에 타는 게 가장 빠른지 등이 모형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일본선 지름길안내 서비스도▼
통근자가 아니면 쉽게 터득하기 어려운 ‘지름길 요령’이 모두 안내돼 있었던 셈.
이씨는 안내도대로 히비야(日比谷)선 2호차를 탔고 히비야역에서 미타(三田)선 1호차로 갈아탄 뒤 A6번 출구로 나와 바로 도쿄돔에 도착했다. 열차의 중앙칸 쯤에 탔거나 남들에게 물어 갔더라면 족히 5분 이상 더 걸렸으리라는 게 이씨의 얘기. 승객의 안전을 위한 승강장의 구조도 다르다. 어린이나 청소년, 취객이 발을 헛디뎌 철로에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승강장 자락에 추락방지용 유리벽(Screen Door)을 설치해놓았다.
▼역무원 퉁명스런 응답 고쳐야▼
역무원이나 승무원의 태도도 우리와 천양지차(天壤之差). 열차가 부득이 서행하거나 정지할 경우 “○○구간서 △△사고가 발생해 열차가 잠시 정차합니다”라며 반드시 서행이나 정차의 원인을 설명해준다. 이에 반해 우리의 안내방송은 대개 “지금 이 열차는 운행에 장애가 발생해 잠시 정차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이다. 큰 사고가 난 것인지, 30초 정도 정차했다 갈 것인지, 열차의 어느 부위에 사고가 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승차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한 번 탈 때는 120∼170엔 가량이지만 700엔만 내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통근객을 위한 정기권도 거리에 따라 다양하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일반인의 경우 10% 정도의 보너스를 받는 1만∼2만원짜리 정액권이 유일한 할인혜택. 통근객들의 사랑을 받던 정기권도 수입 증대를 위해 실시 17년 만인 91년 없애버렸다.
한마디로 승객을 위하는 자세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승객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지하철 운영자 또는 역무원들의 자세다.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조사 결과 지하철 만족도가 56.2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도 이 같은 서비스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서울로 돌아 온 이씨는 오늘도 지하철로 출근했다. 역무원은 여전히 거스름돈과 승차권을 툭툭 던졌고 묻는 말에는 입도 뻥긋 안한 채 손가락만으로 응답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승객을 먼저 생각하는 지하철을 만날 수 있을까.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