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서점 문을 닫거나 위치를 옮기는가 하면 경영규모를 줄이는 서점도 늘고 있다.
연세대 앞에서 16년 간 사회과학 지식의 공급처 역할을 한 '오늘의 책'이 지난해 11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 84년부터 신촌 일대 대학생들과 격동의 세월을 함께 해왔지만 책을 외면하는 세태를 반영한 듯 폐점하고 만 것이다.
비단 사회과학 서점뿐만이 아니다. 대학가의 일반 서점 역시 대부분 적자 운영을 하거나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곳이 많다.
40여 년의 긴 역사를 지닌 성균관대 내의 '동명서관'은 원래 학교 밖에 있었으나 셔틀버스 운행으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들자 지난해 구내서점으로 전환했다.
성균관대 앞 사회과학 서점 「논장」 |
성균관대 앞 서점 '논장'의 이재필 대표는 "교육의 3대 요소는 교수, 학생, 교재라고 생각해 평소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선친의 유업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을 뿐이다"며 서점 경영의 어려움을 내비췄다.
실제로 지난해 실시한 서점조합연합회의의 조사에 따르면 99년 4595개에 이르던 서점이 작년에는 3450개로 1년 동안 1000개가 넘는 서점이 문을 닫았다. 4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꼴이며 대학가 서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서점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은 서점의 대형화와 인터넷 서점의 활성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대학생 문화가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한국대학신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80%가 전공서적과 잡지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거나 고작 1∼2권정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4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43.9%의 학생이 월평균 5권을 읽는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보면 감소폭이 매우 큰 편이다.
교양서적을 읽지 않는 대학생 문화는 책 구매에도 영향을 줘 대학가 서점의 책 판매량 대부분을 전공서적이나 수험서가 차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논장'의 이재필 대표는 "과거에는 학회, 정치조직, 동아리, 소모임 등에서 활동에 필요한 책을 집단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고 당시에는 필독서나 추천서의 이름으로 강제로 '책 읽히는 문화'가 존재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운동권 학생의 사랑방으로서 존재했던 사회과학서점이 이제는 대학생에게 조금 더 가깝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서점의 한쪽에 조그마한 북 카페를 마련, 고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우리는 책하고 논다- 책읽기 4종 경기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녹두거리에 있는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그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는 "주변에 6개의 사회과학 서점이 있었으나 96년 이후부터는 이곳 하나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점 2층에 카페를 열고 이곳에서 김동춘, 임지현, 홍세화, 조지 카치아피카스 등 저자와의 대화시간을 갖거나 지역단체나 학생 행사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독자들의 '생활 속 서점'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대학가 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는 미국의 보더스(Boders)라는 대학가 서점이 좋은 예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보더스의 가장 큰 고민은 죽치고 앉아 책을 읽으며 책을 사는 고객들의 동선을 방해하고 서점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가난한 대학생들이었다.
그러나 보더스에서는 이 '가난한 손님'을 내쫓기보다는 이들에게 고급 소파와 책상을 제공, 서점의 분위기도 정리하고 손님을 서점으로 불러들이는데도 성공했다는 것. (유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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