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뉴스] 단식 23일째를 맞은 한양대 이미연양

  • 입력 2001년 5월 11일 20시 39분


단식 23일째인 한양대 이미연양
단식 23일째인 한양대 이미연양
"22일간의 단식농성 동안 꾸준히 노력하고 끝까지 30일을 채우겠다던 재면아, 지금은 비록 힘들겠지만 18일날 우리 당당한 모습으로 만나자"

한양대 학생회관 앞 천막에서 만난 이미연(한양대·세라믹4)양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한 손에는 물통, 목에는 '단식 23일째'라는 피켓을 걸고 친구들과 앉아서 신문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양은 장기간의 단식으로 살이 빠진 탓인지 눈가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어제밤에 함께 단식을 하던 재면이 부모님께서 학교로 찾아오셨어요. 새벽까지 함께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재면이는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이양은 함께 단식을 하던 막내 이재면(전기전자컴퓨터공학2)군에 대한 아쉬움보다 이군이 내려가면서 한 말 때문에 몹시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재면이가 집에 가서도 굶는다고 했거든요. 혼자 학교에서 단식하기야 맘 편하지만 걱정하시는 부모님 곁에서 굶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우울해진 분위기도 잠시, 이번 단식농성의 의의를 묻자 이양은 며칠 굶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떳떳하게 이야기하던 통일논의가 미국의 대북강경책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어요. 미사일방어체제, 무기도입 등을 강요하면서 미국이 조성하는 긴장국면을 지금 반대하지 않는다면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은 7·4 남북공동성명처럼 책상속으로 들어가고 말겁니다"

이양이 앉아있는 천막에는 50여개의 물통만이 즐비했다. 20여일간의 단식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를 묻자 이양은 그냥 웃었다.

'당연히 먹고 싶은거 못 먹는거 아닌가요?'하는 표정이었다.

"이틀전에 단식단이 모두 모여서 단식 끝나면 가장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했어요. 1위가 뭐였게요?"

'김밥과 라면'

비싼 음식도 아니고 언제나 먹던 음식이 가장 그립다는 이양은 "아마 입이 싸기 때문인가 봐요"라며 "그 다음엔 칼국수, 부침개,김치볶음밥,닭곰탕 같은 것이 나왔어요"라고 말해줬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몇몇 학생들이 천막 옆의 대자보를 읽어보며 "수고하세요"하고 지나갔다.

단식을 시작할때 대부분 "30일이나 한대", "미쳤다. 할 수나 있을까"하던 이야기가 들렸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유인물을 받아가는 표정까지도 많이 달라졌다.

"30일간의 단식농성이 지금 한양대 최고의 이슈래요"

다음주 시작되는 축제 때문에 학교안은 벌써 흥겨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 가운데 자리잡고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이양의 표정 속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을 단지 개인의 나약함으로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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