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다]실업계 특성화고교 '한국애니메이션고'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43분


《학교에 다니기 싫다는 아이들이 많다. 이름만 다를 뿐 학교란 거의 한 가지 모습이다. 외국 공교육도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유학교’ ‘대안학교’ 등 획일성을 탈피해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다양한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달랐다. 다양성이 곧바로 국가

경쟁력과 이어지는 현실에서 ‘다닐 만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와 노력을 소개한다. 》

경기 하남시 한국애니메이션고교에서 영상연출을 전공하는 2학년 남채리양(18).

채리는 같은 반 친구들보다 한살이 더 많다. 대구에서 고교 1학년을 다니다 자퇴하고 이곳 신입생으로 재입학했다. 채리는 일반 학교에서도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애니메이션고교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들은 채리.

“만화가나 영화감독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1년만 일찍 개교했더라면…’하고 안타까워했는데 아버지가 ‘3년을 손해보지 말고 1년만 손해를 보라’며 용기를 주셨어요.”

‘지루한 학교’는 채리의 꿈과 너무 멀었다. 이 학교 2년생 100명 가운데 채리처럼 ‘차라리 1년 꿇겠다’면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들어온 학생이 2명 더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시름시름 앓으며 ‘꿈’이 바래가는 것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지난해 개교한 애니메이션고교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글 싣는 순서▼

-2부 다양성이 경쟁력-

1. 한국
2. 독일
3. 프랑스
4. 덴마크
5. 미국
6. 좌담

애니메이션고교는 실업계 특성화 공립고교다. 애니메이션 만화창작 영상연출 등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일찌감치 전문적인 직업 교육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수능시험에 필요한 일반 교과의 수업 시간은 일반고교의 절반도 안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반 석차 5등 이내에 드는 ‘모범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지난해 경쟁률은 9.4 대 1, 올해는 11 대 1로 뛰었다.

비결이 뭘까.

학생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학교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고교는 기존 학교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애니메이션고교의 목표는 ‘최고의 학교’가 아닌 ‘유일한 학교’다.

애니메이션고교는 우선 교사 자격증이 없는 전문가도 교단에 설 수 있는 학교다. 황선길 교장도 교사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다. 황 교장은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으로 ‘달려라 호랑이’ ‘마루치’ ‘머털도사’ 등 11편의 장편과 26편의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애니메이션계의 대부. 만화 게임 등 분야별로 교사 자격증이 없는 전문가 4명이 특채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 방법도 다르다. 한 과목을 교사 한 명이 가르치지 않는다. 1개 과목에 최소한 6명 이상의 학교 안팎 전문가가 투입된다. 만화를 예로 들면 순정만화는 황미나, 역사만화는 이두호, 카툰은 이우일씨가 맡는 식이다. 애니메이션도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작가, 작화는 작화 전문가, 편집은 편집 기사가 맡는다. ‘팀티칭’ 방식이다.

창의성을 죽이는(?) 형식과 불합리도 없다. 반장이 수업이 시작될 때 ‘차렷, 경례’를 하지 않는다.

입시에서는 그림의 기초로 여겨지는 ‘데생’이 없다. 올 신입생들은 석고상 대신 ‘소나기 쏟아지는 운동회’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고 있는 상황에서 호랑이가 태극기를 가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뛰는 모습’ ‘물고기 사랑’ 등의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한때 학부모들이 “수능시험에 대비한 수업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학생들이 나서 “대학 가려고 온 게 아니다”며 학교편을 들기도 했다.

황 교장은 “교장을 맡고 보니 교실도, 교과서도, 교사도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교실 밖은 변했는데 안은 그대로인 게 공교육 위기의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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