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다]美 공립학교 학력높이기 총력전

  • 입력 2001년 7월 2일 18시 41분


《요즘 미국 초중고교 교장들은 학생들의 학업성적 올리기에 초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업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관련 법이 제정돼 학교장의 경영실적을 엄격하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업성취도 향상 여부에 따라 학교에 대한 지원을 달리하는 ‘채찍과 당근’을 쓰고 있다. 게다가 학업성취도가 낮으면 학생들이 보다 더 좋은 학교를 찾아 떠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는 99년 공립 초중고교들의 책임을 묻는 ‘공립학교 책무성 제고법(PSAA)’을 제정했다. 주정부는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API)를 매년 평가하고 그 결과와 학교 순위를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 주 전체에서의 학업성취도 목표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별로 학업성취도 목표를 정해 매년 5% 이상 향상시키는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성취 목표를 달성한 학교는 지원금을 받지만 목표에 미달한 학교는 주정부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는 학교로 분류돼 특별관리 대상이 된다.

로스앤젤레스 호바트 초등학교는 전교생 2200명에 교장 1명, 교감 3명, 조정관 2명, 교사 120명으로 규모면에서 전국 3위에 드는 큰 학교다. 교실이 부족해 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4개월 공부한 뒤 2개월 방학하는 ‘트랙 시스템’으로 운영할 정도다.

저소득층 출신 자녀가 많아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학교는 지난해 목표했던 학업성취도를 초과 달성했다. 1000점 만점인 API를 10점 향상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목표치를 초과해 42점이나 많은 645점으로 끌어올렸다.

▼글 싣는 순서▼

-3부 학력격차 줄이자-
1. 미국의 실태
2. 미국의 해소노력
3. 한국의 현주소
4. 약자를 위한 배려
5. 한국의 장애인교육

단기간에 성적을 높이는데는 학습부진아에 대한 특별교육이 큰 몫을 했다.

특정 분야의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은 하루 1∼3시간씩 해당 학급에서 빼내 특별수업(Pull-Out Program)을 시켰다. 120명의 부진아를 교실당 5∼10명씩 배정해 교사 1명과 보조교사 1명이 철자법 읽기 셈법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주정부는 초과달성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특별 지원금을 지급했고 학교는 이 돈의 일부를 교사에게 보너스로 주는 한편 우수한 교사를 더 고용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8점을 더 올려 653점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조너선 백 교감은 “학생들의 성적을 어느 정도까지 올릴 것인지 매년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청은 학교끼리 경쟁을 시켜 잘하는 학교는 더 잘하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의 쿠퍼 초등학교는 ‘워싱턴주 학력평가시험(WASL)’에 대비하기 위해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시켰다. WASL은 읽기 수학 쓰기 청취 등 4개 분야에 걸쳐 치러지는데 올해는 4학년이 시험을 치렀다. B와 D자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어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해 매일 90분씩 읽기 듣기 연습을 시킨다. 교육청이 개발한 교재는 지문을 읽거나 카세트테이프로 듣고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하거나 정확하게 글을 읽은 능력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4학년 교사인 미셀 커윈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학습 결손이 누적돼 회복하기 쉽지 않다”며 “에세이 쓰기를 통해 글을 쓰는 훈련과 철자법, 사고력 등을 길러주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교육위원회는 올 여름 20만달러를 들여 교사 175명을 애리조나주 ‘NCS피어슨’이란 민간 교육평가회사에 보내 주관식과 에세이 등이 60%인 WASL이 어떻게 채점되는지 연수를 시킬 계획이다.

워싱턴주 교육협회 수 쉐넌 회장은 “막연히 가르치는 것보다 시험이 어떻게 출제되고 채점되는지를 알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문법과 철자법이 중요한 에세이 쓰기 연습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LA 호바트초등교 조너선 백 교감▼

“학부모와 학생은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고객입니다. 교육방법이나 질이 떨어지면 고객들이 떠나기 때문에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분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바트 초등학교의 조너선 백 교감은 초중고교 학생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학교들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포 2세대인 백 교감은 “미국 학부모들도 전반적인 기초학력 저하현상을 우려해 성적이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각종 시험을 통해 학교별 성적 등 통계가 나오기 때문에 학교들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공립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는 책무성(Accountability)을 요구한다. 학력평가 결과는 학교와 교육청은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된다.

백 교감은 “저소득층이 많은 인구 밀집지역에 전교생이 2200명이나 되는 매머드 학교여서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며 “유치원∼초등 3학년(K3)은 학급당 19명, 4∼6학년은 30명 등 학년별 차이가 커 좋은 성과를 올린 대가로 받은 지원금을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실이 부족해 3개 그룹 중 1개 그룹은 4개월마다 방학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있습니다. 학기 중에 방학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 생활패턴과 다르고 휴가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는 “교육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이 많아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고 히스패닉계 학생이 80%를 넘어 영어에 서툰 학생이 많다”며 “영어를 못하면 다른 공부도 자연히 떨어지기 때문에 중학교 진학전인 4∼6학년 학습부진아를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개설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감은 “미국은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에서 떨어진 다른 학교로 통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학생 수가 줄면 예산도 줄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더 잘 가르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시애틀〓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새너제이 다운타운 칼리지프렙高▼

미국 새너제이의 다운타운 칼리지프렙고교는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워진 차터스쿨(계약학교)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중학교 평균 성적이 C+ 이하인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만 선발한다.

교육청에서 고교진학 대상자 가운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명단을 이 학교에 보내주면 학교가 각 가정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을 모집한다. 지원자가 많으면 추첨으로 선발한다.

지난해 첫 모집에서 9학년생 102명을 뽑았다. 일반 공립학교는 우수생부터 지진아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어 수준별 교육이 불가능하지만 이 학교는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로 ‘평준화’돼있어 교육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그렉 리프먼 교장은 “입학생의 80%가 ‘스탠퍼드 나인’시험 성적이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라며 “학생들에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꾸준히 설명했더니 학습 동기가 생겨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대학 진학이 최대 목표인 만큼 학급도 대학 이름을 따서 ‘스탠퍼드반’ ‘버클리반’ ‘UCLA반’‘샌타 클래라반’ 등으로 부른다. 영어 수학 역사 과학 스페인어 과목의 공부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6주마다 시험을 치러 실력을 평가한다.

아리아나 차베스(16·여)는 “중학교 때는 공부하는 법을 잘 몰랐고 학교에서도 별로 부담을 주지 않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며 “이곳에 온 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탓인지 평균 성적이 D-에서 B로 향상됐다”고 자랑했다.

학교측은 오후 3∼5시를 숙제시간으로 정해 학생들이 숙제를 하거나 부족한 공부를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근 새너제이주립대와 샌타 클래라대 학생 15명과 변호사 등 자원봉사자들이 개인교사로 공부를 도와준다. 새너제이주립대는 개인교사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강좌를 개설해 이런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리프먼 교장은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교육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새너제이〓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캘리포니아주 장학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부터 성적이 우수한 초중고교생에게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학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학 과학 등 어려운 분야를 학생들이 열심히 하도록 유도하는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정책이다. 표준학력고사인 ‘스탠퍼드 나인(Stanford 9)’의 성적 우수자에게 10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공립학교에 1년 이상 다닌 학생이 ‘스탠퍼드 나인’시험을 치러 주 전체에서 상위 5%안에 들거나 자신이 재학중인 학교에서 상위 10%에 드는 9∼11학년 학생들이 장학금 대상이다.

학교당 상위 10%까지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못하는 학교에서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지닌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장학금은 학생의 이름으로 투자펀드에 저축돼 학생이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원금과 이자를 합쳐 대학 등록금으로 지불된다.

이 장학금은 9학년부터 11학년까지 3년간 최고 3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또 장학금을 받았더라도 수학 과학 과목의 최우수과정(AP)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면 추가로 2500달러를 받는다. 공부만 잘하면 3년간 55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자격은 AP 과학과목(생물 화학 물리) 중 한 과목 이상 5점 만점, AP수학에서 5점 만점을 받거나 국제바칼로레아(IB)시험에서 7점 만점에 6점 이상을 얻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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