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다]교장이 교사채용-예산편성 '경영全權'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55분


뉴질랜드 네피어 타마테아고리차드 로스코 교장
뉴질랜드 네피어 타마테아고
리차드 로스코 교장
미국 LA 서드 스트리트 초등학교 수지 오 교장(여)은 10일 오전 7시반에 출근, 학생 식당을 살핀 뒤 출근하는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았다. 오전 8시반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교사들이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을 교실로 데려가는지 점검하고 화장실도 깨끗한지 살폈다.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들과 20분간 책을 읽고 2시간 동안 40개 교실을 돌며 수업 장면을 잠깐씩 지켜봤다. 그녀는 다음달부터 한 교실에서 40분 이상 수업을 참관하며 교사들을 평가할 예정이다.

오 교장은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학부모들과 상담하고 정오부터 30분간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것을 둘러본 뒤 교직원 라운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1시부터는 특수 아동들과 한 시간반 동안 모임을 갖고 오후 2시반 학생들이 하교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어 교사들과 1시간 가량 면담하고 서류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교장이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을 직접 처리한다. 2시간이 걸렸다. 다음날 교직원회의 준비까지 마치니 벌써 오후 7시가 됐다. 학교 경영 책임자인 교장으로서 모든 일을 직접 챙기다보면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오 교장은 “교장은 학교의 치어리더이자 문제 해결자이고 여러 의견을 조정하는 조정관”이라며 “비전과 전략적 계획을 가지고 공부하며 배우는 교장이 21세기의 교장상”이라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4부 교사 자질 높여라
1. 교포 학부모 좌담
2. 교사양성
3. 경영자 교장
4. 교사연수
5. 교권확보

☞ '교육이 희망이다' 연재 기사모음

미국 LA 서드 스트리트 초등학교 수지 오 교장(여)은 10일 오전 7시반에 출근, 학생 식당을 살핀 뒤 출근하는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았다.

오전 8시반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교사들이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을 교실로 데려가는지 점검하고 화장실도 깨끗한지 살폈다.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들과 20분간 책을 읽고 2시간 동안 40개 교실을 돌며 수업 장면을 잠깐씩 지켜봤다. 그녀는 다음달부터 한 교실에서 40분 이상 수업을 참관하며 교사들을 평가할 예정이다.

오 교장은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학부모들과 상담하고 정오부터 30분간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것을 둘러본 뒤 교직원 라운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1시부터는 특수 아동들과 한 시간반 동안 모임을 갖고 오후 2시반 학생들이 하교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어 교사들과 1시간 가량 면담하고 서류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교장이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을 직접 처리한다. 2시간이 걸렸다. 다음날 교직원회의 준비까지 마치니 벌써 오후 7시가 됐다. 학교 경영 책임자인 교장으로서 모든 일을 직접 챙기다보면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오 교장은 “교장은 학교의 치어리더이자 문제 해결자이고 여러 의견을 조정하는 조정관”이라며 “비전과 전략적 계획을 가지고 공부하며 배우는 교장이 21세기의 교장상”이라고 말했다.

국에서는 교장이 교사 채용권, 예산 편성권 등 학교 운영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권한을 갖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기 때문에 교장을 채용하는 절차가 엄격하다.

최소 5년간 교직 경력이 있고 2년간 교육 행정 경험이 있어야 하며 교육학 석사 이상의 학위와 교육행정 자격증이 있어야 교장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장이 되려는 교사는 방과 후 대학원 등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교장 자격 시험은 ‘교육과정 교육법 등에 대한 시험 20%+교장 이전의 경험과 이에 대한 평가 40%+전현직 교장의 인터뷰 40%’로 치러진다. 철저히 업적과 경영능력을 따진다. 특히 인터뷰에서는 △교사의 수업에 대한 평가와 교사의 수업능력 향상을 위한 조치 △교사노조와 학부모 등과의 갈등 해소력 △의사소통 능력 △분석 판단 의사결정 능력 등 학교 경영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한다.

교장 자격이 있더라도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별 교장선발위원회나 교육감의 인터뷰를 통과해야 실제 교장이 될 수 있다. 인터뷰에서는 ‘비전을 설명하라’ ‘학교에 구체적으로 어떤 공헌을 할 것인가’ ‘최근 연수 내용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것인가’ ‘여러 교장 후보자 가운데 당신이 왜 적임자인가’ ‘재정 및 시설관리에서 개선할 점을 설명하라’는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오 교장은 “학부모들이 이 학교의 전임 교장을 쫓아냈다”면서 “학부모들이 영재교육 및 과학교육을 강화할 것을 원해 교사 훈련과 예산, 학부모 교육 두 가지에 경영의 초점을 두겠다고 학교운영계획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교장은 매년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교육청에서 교사와 학부모에게 직접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며 학생과 교사의 출석률, 학생들의 학력 등을 점검해 실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추방’될 수 있다.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는 교장의 사무능력과 경영능력을 따져 교장을 채용하고 책임을 묻고있다. 영국에서는 교장 자격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었고 대개 교육청이나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사 등을 대상으로 교장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일단 교장이 되면 은퇴할 때까지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교육개혁으로 학교 운영에 대한 교장의 책임을 엄격히 묻기 시작하면서 ‘교장 구인난’을 겪고 있을 정도다.

영국은 국가교장기준(NSH)을 만들었다. NSH는 교장 지도력의 주요 영역으로 △학교운영위원회와 함께 학교발전 방향 및 방안의 수립 △교습의 질과 학생 성취 수준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효과적인 교수-학습 수준의 확보 △교직원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도록 독려하고 지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에 학교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책임 등을 들고 있다.

국은 또 교장지도력 향상 프로그램과 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수습교장제를 운영하며 교장지도력 향상 국립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경영자로서의 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영국 교육기준청(OFSTED)이 5년마다 실시하는 학교평가에서 연거푸 낙제점을 받으면 학교가 폐쇄되기도 하기 때문에 교장은 학교를 잘 운영할 뿐만 아니라 유지해야 할 책임도 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장협의회는 교장들의 요청에 따라 인사관리 수업기법 등에 관한 각종 유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일 정도다.

영국 런던의 비트릭스 포터 초등학교 스테프 닐 교장은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 명확한 학교운영계획을 설명해야 임용될 수 있다”면서 “자주 학교운영위원들과 학교 운영에 대해 상의한다”고 말했다. 닐 교장은 매일 오후 7, 8시가 돼야 업무가 끝난다.

교장도 노조원인 독일에서는 실무능력을 중요시 여긴다. 교장 모집 공고에 응모한 교사들은 대개 △2개 과목 이상에 대한 수업능력 △교사들에 대한 수업 평가 △교육청 인터뷰 등 3가지 평가를 거쳐 교장에 임용된다. 인터뷰는 대개 한 사람에 30분 정도 이뤄진다. 독일 교장은 실제 수업도 하기 때문에 실무 능력이 뛰어난 관리자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는 ‘자율적인 학교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교장에게 교사를 임용하고 해임하거나 수업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경영자로서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책임 있는 경영으로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런던·프랑크푸르트〓하준우기자>hawoo@donga.com

▼日가고시마高 우치다씨

“30여년간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즐겁고 매력있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히타치(日立)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일하다 올 4월 도쿄(東京) 가고시마 도립고 교장이 된 우치다 무쓰오(內田睦夫·56·사진)는 “교장 교사가 하나가 되어 명확한 학교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치다씨는 도쿄도교육청이 교육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영입’한 최초의 민간인 교장. 일본은 지난해 교사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도 교장이나 교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도쿄도교육청은 지난해 1월 도쿄도 상공회의소에 교장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 우치다씨는 지난해 7월 면접을 거쳐 10월 채용됐다. 그는 이후 25개 고교를 방문하는 등 각종 연수를 거쳐 가고시마고에 부임했다.

그는 “기업에서 경영개선작업 구조개혁 등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지도한다는 일에 매력을 느껴왔다”면서 “다른 교장들과 동일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아내는 수입이 줄었다고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용때 제출한 논문에서 “교장은 책임질 분야를 명확히 해야한다. 교사들은 학생의 진로에 대해 폭넓은 식견과 지도력을 지녀야 한다. 교사들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공통의 화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 학력이나 연공 등 과거의 잣대가 실력과 성과주의에 밀려나고 있는 변화의 시대에 학교가 학생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관이다.

우치다씨는 “머리에 물을 들이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다”면서 “교사들과 대화하며 업무를 적절히 분담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면서 의욕을 북돋운다면 학교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일본 교육계는 민간인 교장을 하나의 실험으로 여기고 있다. 우치다씨는 교사들에게 ‘내가 바뀌면 교육도 바뀐다’는 슬로건이 적힌 경영방침을 교사들에게 나눠줬다. 이 방침은 ‘교원 체험 연수’ ‘학생 전원 자주적인 목표 설정’ ‘정보의 공유 및 일원화’ ‘상호 의견 교류와 이견 조정 지향’ 등 다소 색다른 내용과 월간 일정표를 담고 있었다.

우치다씨는 “교사들이 첫 회의에서 이 경영방침이 나의 단순한 생각이냐 명령이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가고시마고 교사들의 반응은 ‘신선하다’ ‘두고 보자’는 등 다양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우치다씨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라며 “교육 개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도쿄〓하준우기자>hawoo@donga.com

▼한국의 현실은

‘0.00001점 차의 승부.’

한국에서 교장이 되려면 소수점 다섯째 자리까지 계산하는 엄정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점수가 교사 및 학생을 지도하고 학교를 경영하는 능력의 척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교장이 되려면 우선 교감이 돼야 한다. ‘근무성적 80점+연구실적 3점+교육경력 90점+교육성적 27점+기타 가산점 15점’으로 교감 승진 희망자들을 평가한다.

이 가운데 연구실적을 빼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각 교육청의 교육공무원 평정 업무집에는 ‘A는 B점, C는 D점…’하는 식으로 세세히 규정하고 있어 누구나 요건만 갖추면 특정 점수를 받는다.

근무성적은 학교장이 50%, 교육청이 50%씩 점수를 매기지만 역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근무평정은 형식적이어서 큰 사고만 내지 않으면 모두 같다.

한 교사는 “연구실적 점수를 따려고 대학원 다니고 연수를 받느라 수업은 뒷전”이라며 “그나마 성적산출기준이 자주 바뀌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교감이 되고 교장 연수를 받은 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교장이 된다. 규정상 교장 승진 대상자 순위 명부에서 승진자 수의 3배수에 드는 사람 가운데 교육감이 교장을 임명하도록 돼있지만 순위가 뒤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같은 교장 임용 방식으로는 교육개혁을 할 수 없다고 보고 99년초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실적에 따라 교장을 임용하겠다며 학교경영계획서를 제출받아 심사하고 교장에게 교원 인사권을 부여할 계획이었으나 일선의 반발이 심해지자 이를 포기했다.

교장의 권한도 미미해 학교를 경영하기보다는 관리하는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다. 법적으로는 교사에 대한 징계 요청권, 근무평정권, 예산편성권 등을 갖고 있으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교육청이 학교 경영 실적이 나쁜 교장을 중임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일도 없다.

이런 제도는 무사안일한 교장에겐 편하기 그지없어 교장 승진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하지만 의욕을 지닌 교장에게는 족쇄나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교장과 교사에 대한 개혁 없이 교육개혁을 할 수 없다”면서 “교장을 엄격히 선발하고 경영 책임을 묻되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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