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다]日 교사연수 "생생한 현장을 배운다"

  • 입력 2001년 9월 28일 18시 46분


일본 국립교원연수센터의 토론교육 모습
일본 국립교원연수센터의 토론교육 모습
《“A시 중학교는 교복을 입는데 B중 교장이 학부모회에서 복장 자유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시 교육감은 시의회에서 교복 착용 여부는 학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교육청 학교 교육과장은 한 학교만 복장 자유화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교장들도 있어 복장 자유화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B중 교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D초등학교 교장은 교감으로부터 4학년 E반 학생들이 수업중 복도를 돌아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교장은 E반의 수업실태를 살펴보려 했는데 담임 교사가 이를 반대했다. 교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본 쓰쿠바(筑波) 국립교원연수센터 대형 강의실. 중학교 교무주임 요시이 가즈부미(吉井和人)는 이런 문제가 담긴 ‘교육관계 법규·학교관리운영 연습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는 두꺼운 교육법규집을 뒤적이며 법적인 측면과 교육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 자신의 견해를 적었다.

이 연습문제는 이 외에도 △수학여행 행선지를 둘러싼 교장과 학부모의 이견 △학생 지도방침을 둘러싼 교직원회의 운영 △학교평의원회 운영 갈등 △교원 인사를 둘러싼 교장과 교육위원회의 갈등 등을 담고 있었다.》

요시이씨는 “실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연수를 받으며 다뤘던 문제들이라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 200명이 36일간 합숙하며 연수를 받는 ‘중견교원 연수강좌’에 참가한 요시이씨는 이미 3일간 20명씩 그룹을 지어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발생했던 문제들을 토론했다. 또 연수자들이 각자 교장 교감 평교사 학부모 학생 등으로 역할을 나눠 서로 다른 처지에서 이야기하는 ‘역할극’을 한 뒤 지도 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글 싣는 순서▼

4부 교사 자질 높여라
1. 교포 학부모 좌담
2. 교사양성
3. 경영자 교장
4. 교사연수
5. 교권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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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의 야마구치 이페이(野口一平) 총무과장은 “학교에서 적용 가능한 지식을 쌓고 노련한 지도 강사의 경험을 전수받아 학교를 경영하고 학생을 지도할 능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중견교원 연수를 받는 사람들은 대개 교장이 된다.

야마구치 과장은 이어 “교장 교감 연수는 중견교원 연수와 내용이 같지만 교육개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외부 강사들이 교육은 공공 행정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연수자들은 교육 개혁과 미래의 사회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교사 양성과정은 한국과 유사하다. 대학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학점을 따면 교사자격증을 준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교과목 8단위+교직과목 41단위+교과 또는 교직과목 자유 선택 10단위’를 이수해 자격증을 받는다. 한국보다 학생지도 등 교직과목 비율이 높지만 책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 때문에 이지메(집단 따돌림), 등교 거부, 폭력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일본 교육계는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원만히 지도하고 교장 교감 교무주임 등이 학교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요즘 연수에서는 인성교육 등이 강조되는 추세다.

일본의 초임 교사들은 임용된 해에 약 90일간 연수를 받는다. 이들은 실천 가능한 지도력과 사명감을 기르기 위해 학급과 교과목을 담당하면서 교내외에서 연수를 받는다.

교외 연수는 약 30일간 진행되는데 △교육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분임토의 등의 형식으로 학교에서 부닥칠 수 있는 갖가지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며 △기업과 복지시설 등에서 체험 연수를 하고 △4박5일간 합숙 연수를 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안전, 신뢰관계에 기초한 지도법, 학생 이해와 생활지도, 상담의 이론과 실제, 개인별 지도법, 학습지도의 개선 등 학생지도법이 주축이다.

60일간 진행되는 교내 연수에서는 지도교사가 소중한 경험을 전수하고 초임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면서 보완할 점을 지적한다. 초임 교사들은 노련한 교사의 수업을 보며 강의법을 배운다.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전문 강사를 보내 지도교사에게 초임 교사를 지도하는 데 필요한 각종 자료와 경험을 제공한다.

교사들은 임용된 지 5년, 10년, 20년이 되는 해에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며칠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 물론 교과목 지도 등에 관련있는 전문적인 연수나 교무주임 교감 교장 등 직능별 연수나 자격 연수는 별도로 진행된다. 강사는 대개 교사이거나 교사 출신이어서 현장성을 중시한다.

교사들은 연수에 적극적이다. 도쿄(東京) 교직원연수센터가 지난해 전문연수 희망자 5077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1만1905명이 지원했다. 도쿄에는 5만7000명의 교사가 있어 약 20%가 연수를 희망한 셈이다. 전문연수는 연수에 따른 혜택도 없다.

도쿄교육청은 올해 하나의 실험을 시작했다. 33∼42세의 젊은 교사를 선발해 교감 교장 등 교육관리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올해 약 100명을 뽑아 1∼2년간 학교, 교육센터, 교육청에서 일하고 기업에도 파견할 계획이다. 이들을 연수기간에 계속 평가를 받으며 교육관리직 후보로 5년간 더 근무한 뒤 교감이나 교장으로 임용된다. 몇 년 뒤에는 40대 교장도 탄생하게 된다. 연공서열이 강했던 일본 교육계에서는 파격이다.

일본 교육계는 연수를 통해 교사의 자질을 높여 교육개혁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 기오카 가즈아키(木岡一明) 총괄연구원은 “교사 연수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연수가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가교장자격 연수는?▼

영국의 교원연수제도는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기보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개인별 능력에 따라 연수 기간이나 내용도 달라진다.

교장지도력향상국립대학(NCSL)의 국가교장자격(NPQH) 연수를 살펴보자. NPQH 지원자는 우선 ‘자기 평가’를 한다. 지원자가 16가지 질문에 해당하는 항목에 응답하면 몇 가지 유형이 나오고 이에 따라 연수 계획을 짠다. 교육 기간은 3개월∼2년으로 사람마다 다르다. 성과가 나쁘면 교육 기간은 더 연장될 수 있다.

연수는 ‘접근 단계’ ‘개발 단계’ ‘최종 평가’ 등 3단계로 나뉜다.

‘접근 단계’에서는 NCSL로부터 학습자료를 받아 지역 NPQH센터에서 하루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뒤 1대1 지도교수(튜터)를 소개받고 온라인으로 토론하며 1년간 스스로 배운다. 연수자는 1년간의 교육이 끝날 즈음 자신의 성과를 설명하고 ‘개발 단계’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튜터가 연수자를 학교로 방문해 개별적인 훈련 및 개발 계획을 검토하고 학교개선계획을 승인한다. 연수자는 튜터의 지도에 따라 학교 교육을 실제로 개선해야 한다. 주로 △학교의 전략적 방향 설정 △교수와 학습 △학교 경영 △교사 채용 및 교육 자원 활용 등을 배운다. 다른 튜터가 훈련 계획의 이행을 점검하고 학교개선작업이 잘 진행됐는지를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원래의 튜터가 1년간 교육 성과에 대해 꼬박 하루 동안 평가한다.

‘최종 단계’에서는 노팅엄대 NCSL 본부에서 이틀간 머물면서 △학교 지도력과 비전 △미래의 학교 △국가의 우선 과제와 국제적 시각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지역 NPQH센터에서 하루 동안 교장이 매일 접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평가받아 합격하면 NPQH 자격증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접근단계에서 최종단계까지 2년이 걸리지만 능력이 있으면 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1년이 걸린다. 능력이 뛰어나면 개발단계에서 최종단계까지 3개월만에 마칠 수 있다.

▼한국의 현실은/"학생지도 연수? 기회조차 없어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변화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지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연수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지난해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은 교직 경력 11년째인 한 여교사의 평가다.

한국의 교사 연수는 크게 교장, 교감, 1·2급 정교사가 되기 위한 자격연수(180시간 이상)와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직무연수(30시간 이상)로 나뉜다. 전공과 다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부전공 연수(315시간 이상)도 있다.

교육 당국은 직무연수에 참여하는 교사에게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 결과 유치원 초중고교 교사 수는 지난해 4월 현재 37만434명인데 지난해 총 연수인원은 자격연수 1만9758명, 직무연수 37만5246명, 부전공연수 6145명 등 40만1149명이었다. 통계상으론 모든 교사가 연간 한 차례 이상 연수를 받은 셈이다. 양적으론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연수가 교사들에게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는 초등학교 초임교사 직무연수는 교양(바람직한 교사상, 서울교육시책, 통일 대비 교육 등) 교직(인사 관련 법규 및 복무관리 등) 전공(7차 교육과정과 학급교육과정의 운영, 특별활동 운영의 실제) 등 3가지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학생 이해와 지도에 관한 영역은 없다. 다른 자격연수나 직무연수도 교과목과 교직에 필요한 지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교장이 될 때까지 심각하게 학생지도를 고민하는 연수를 받을 기회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초임교사들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황에 부딪혀 쩔쩔 매기 일쑤다. 선배 교사가 친절히 조언해주면 다행이지만 많은 교사들이 스스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연수 강사들이 대개 교직 경험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알지 못해 이론만 줄줄이 나열하는 강사가 많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임교사는 교육청이 주관하는 직무연수를 받은 뒤 학교에서 일하면서 6개월간 노련한 교사에게 현장 연수를 받도록 하는 등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도쿄·쓰쿠바·런던〓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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