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물사용량의 40% 이상을 하천수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약간의 가뭄에도 쉽게 물 부족을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실, 지금 정도의 가뭄은 예전에도 다반사로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너무 늦기 전에 비가 내려 주었고, 광역상수도 덕분에 전국의 52%에 해당하는 대도시 및 주변지역은 별다른 피해와 어려움을 체험하지 못하고 지나갔을 뿐이다. 1994년과 1996년 겪은 큰 가뭄 때는 소양강댐과 충주댐 물이 바닥수위까지 내려가 수도권에 제한급수를 실시할 단계까지 갔으나 다행으로 많은 비가 내려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가뭄이 얼마나 심하게 오랫동안 지속될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이 점이 가뭄대책을 세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준다. 자연의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확률 개념을 도입해 수자원 공급대책의 기준으로 삼는다. 미국의 경우 과거최대 또는 100년에 1회, 일본은 10년에 1회 내지 40년에 1회, 영국은 50년에 1회 또는 과거최대에 해당하는 가뭄이 와도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하도록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수자원계획의 기준이 되는 1967∼1968년도 가뭄은 분석에 의하면 30년에 1회 발생하는 가뭄이고 1994∼1996년도 가뭄은 약 20년에 1회 발생하는 가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994∼1996년 가뭄 때 심각한 물 부족을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물 공급 안전도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2년 이상의 연속가뭄을 5번 정도 경험했다. 한국의 대부분의 댐은 1년 정도의 가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 이상의 가뭄에는 물 부족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2년 이상의 가뭄에 대비해 물 공급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은 수문기상학적으로 6, 7, 8월의 홍수기에 물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건에 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물은 댐 물이건 하천수이건 작년에 내린 빗물이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뭄에 대비해 물공급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는 수요관리와 공급확대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가뭄시 수요관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밖에 없다. 3년 연속 발생한 임진강유역의 엄청난 대홍수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홍수와 마찬가지로 가뭄 역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윤석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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