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일부에서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 비해 저조한 국민적 관심도 그렇지만 재원 부족, 정부지원 미흡 등으로 대회가 과연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사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는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월드컵 축구대회와 같은 해에 열리는 데다 부산이 한국 제2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국내 여건상 대회 준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시설비와 운영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대회 때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시설과 운영비를 부담하였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이런저런 이해관계 때문에 순수한 스포츠제전인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의미가 훼손되고 있는 것 같아 착잡하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경기장 및 진입도로 건설과 대회운영비로 9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112억원을 지원하였다.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대회가 끝날 때까지 407억원을 더 지원하도록 돼 있으나 대회 운영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총 782억원의 추가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때 정부가 지원한 운영비 8억원에 비하면 획기적인 것이라 할 만하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는 월드컵 축구대회와 불과 3개월 간격으로 개최되는 만큼 가능한 한 공동홍보는 물론이고 물자의 재활용 등 양 대회를 상호 연계하여 추진해야 국가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북한이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평화적 통일 기반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석중인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번 주초 총회에서 선임되므로 실무행정도 안정을 되찾고 대회 준비를 해나가게 될 것이다.
지난 세기 한국은 86아시아경기대회와 88서울올림픽을 잇달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민족의 가슴에 크나큰 자부심을 안을 수 있었다. 두 대회를 통해 국민은 안으로는 민족의 위대성을 재발견하였고 밖으로는 뻗어가는 국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할 수 있었다.
두 대회가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국력신장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탈정치화된 순수 스포츠제전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이 5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심기일전하지 않는다면 36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는커녕 국내적으로도 상처만 남기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견리사의(見利思義)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 대회의 성공을 위해 힘과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형규(문화관광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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