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리교 본부는 일제시대에 허가받았던 ‘경성대교회(京城大敎會)’를 그 후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재건했고, 나라현 덴리시에도 ‘경성쓰메쇼(京城詰所·숙박소라는 뜻)’를 설치했다.
한국에선 없어진 ‘경성(京城)’이라는 이름이 일본 내에 온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한국의 대한천리교 본부는 필자의 지적을 받고 1994년 경성이라는 말을 개칭하고 사죄하라는 항의문을 일본 천리교 본부에 보낸 일이 있다.
그러나 일본 천리교 본부는 한국의 경의선(京義線) 경부선(京釜線) 등의 철도 노선에도 아직 ‘경성’이란 뜻의 ‘경’자가 사용되고 있다며 개칭을 거부했다.
일본이 미국인 모스로부터 철도부설권을 매입해 1899년 개통한 ‘경인선’과 1905년 개설한 ‘경부선’은 초창기에 모두 일본인들이 노선 이름을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과의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제는 철도용지를 무상 수용해 간선 철도를 개통함으로써 한반도와, 나아가 아시아 대륙 침략의 수단으로 삼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보통명사로서 ‘경성’의 ‘경’자를 철도 노선에 계속 사용한다면 잘못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경성’은 주권상실 시대의 ‘서울’을 나타내는 일제시대의 용어다.
철도 노선 이름이 시발역과 종착역의 도시명을 기준으로 해 국민이 사용하기 쉽게 제정하는 것이라면 더욱더 개폐를 검토하기 바란다. 이를테면 서울∼부산의 철도 노선을 ‘경부선’이라고 하지 말고 ‘서부선’이라고 하는 식이다.
한국 정부는 철도 노선명의 변경에 수반되는 일시적인 불편이나 재정손실 등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일제 잔재의 온존은 재일동포는 말할 것도 없고, 천리교의 예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일본인의 정신구조에 헤아릴 수 없는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일 간의 미묘한 정치문제도 깔려 있다. 1965년 한일국교 수립 이래 일본 고관들에 의한 거듭되는 망언이나 교과서 문제 등에서 보이는 일본의 군국주의는 아직도 ‘서울’을 ‘경성’이라고 부르는 데 숨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조선 건국 직후인 1394년 정도(定都)된 지 올해로 60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당시의 수도명 한양(漢陽)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 ‘경성’으로 개칭되었다가 해방 후 ‘서울’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정도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용달 일본 모모야마대 교수 국제재일한국·조선인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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