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응용능력을 보유한 자를 말한다. 기술사는 전문적 응용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한 계획·설계·시공·감리·평가 또는 이에 관한 기술자문과 기술지도를 그 직무로 하는 전문가다. 기술사는 기사 자격을 취득한 후 4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자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매번 시험에서 합격률이 9% 미만에 이를 정도로 합격이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2만5000여명의 기술사들이 배출됐다. 그 중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건설 관련 기술사다. 이들은 건설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 기술인력이다. 그런데 토목 공사업, 건축 공사업, 토목건축 공사업 등 건설업 등록을 위한 기술기준에는 기술사 없이 중급기술자만 보유하면 되도록 돼 있다. 이는 반드시 기술사가 있어야 했던 과거의 조항을 완화한 것이다. 어떻게 기술사 1명 없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건설기술자의 인정 기준으로 건설기술관리법에는 기술사 외에 박사학위 취득 후 3년 실무경력자, 아무 자격이 없어도 18년 실무경력이 있으면 기술사와 마찬가지인 특급기술자로 인정해 주고 있다. 기술사와 학·경력자를 같이 취급하는 이 같은 ‘인정기술사제도’는 기술사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기술사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경력자를 정식 기술사와 동등하게 인정해주는 제도는 다분히 위헌 소지가 있다. 변호사법에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업역(業域)이 정해져 있고,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그 업역을 어겼을 때 변호사법 위반으로 심한 벌칙을 받게 돼 있다. 그런데 기술사법에는 기술사의 업무는 정해져 있지만 기술사 아닌 사람이 기술사 업역을 위반했을 때의 벌칙은 없다. 게다가 기술사가 자기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만 있다. 기술사 업역이 있어도 이를 강제할 제재 장치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또한 학력으로 특급기술자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상의 문제가 있다. 즉 학교에서 교수를 채용할 때 기술사의 자격과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반면 학교에서의 학문적 업적은 산업계에서 인정해 준다면 굳이 젊은 인재들이 산업계에 투신할 필요를 느낄 수 있을까. 산업계와 학교 간의 인력 교류가 필요하다면 양방향으로 서로 인정해주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자를 푸대접하는 우리 현실의 한 단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자들의 꿈인 기술사의 모습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기술자의 길을 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고영회 기술사·변리사·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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