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는 태극기를 들고 올림픽대회나 아시아경기대회의 개회식에 입장하는 것이 일생의 꿈인데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들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개막식에 입장하는 한국 선수들의 수를 북한선수단 규모에 맞춰 동일하게 조정하고, 북한 선수와 임원 등의 참가비를 우리가 전적으로 지불한다는 것은 체육의 아마추어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지난 번 한일월드컵 때만 해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와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한민국의 존재와 정통성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온 국민을 통합시켰다. 김대중 정부는 그 정신을 잊었는가.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앞세운다는 북한과의 합의는 월드컵에서 일으킨 국가의 기운을 끊어놓자는 것인가.
북한에서는 1945년 광복 후 소련군 대위였던 김일성의 귀국 환영대회에 태극기를 흔들었으며, 1948년 4월 김구 선생이 참가한 남북협상 때에도 태극기를 사용했다. 북한의 인공기는 그 후 김일성에 의해 급조된 것으로서 소비에트화를 전제로 세계 유일의 완전한 공산주의체제와 김일성 왕조를 구축하는 상징으로 내세워졌다.
태극기는 구한말인 1876년 1월 운요호(雲揚號) 사건을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1882년 8월 9일 박영효(朴永孝) 특명전권대사 겸 수신사 일행이 일본 고베 숙소의 건물옥상에 태극사괘가 그려진 기를 게양한 것이 효시가 되었다. 그 뒤 태극기 깃발 아래에서의 독립군 광복군의 조국 광복운동, 3·1운동 때의 민족의 절규, 광복 정국에서 붉은 깃발과 싸워 이긴 반탁(反託)운동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고 1948년 유엔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받았다.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때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경기에서 우승한 뒤 동아일보가 손 선수 사진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지워버린 일로 조선총독부로부터 무기정간까지 당할 정도였으니 국기가 얼마나 소중한 민족 독립정신의 상징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아시아경기대회를 주최하는 국가가 자신의 국기를 내리는 것은 통일전선전술에 의해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고, 6·15합의 1항에서 합의한 우리끼리 ‘자주’, 2항에서 김일성의 ‘낮은 단계 연방제’ 합의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강산에서 이루어진 아시아경기대회 남북실무자 합의는 우리 대한민국의 체육회와 순수 체육인 대표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니고, 통일부가 전적으로 주도해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극히 걱정스럽다.
특히 서해 무력도발에 대한 사과 한 마디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교류니 장관급회담이니 하면서 유사이래 볼 수 없었던 큰 수해를 당한 국민은 뒤로 한 채 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쌀과 비료를 퍼주고 있어 심히 통탄스럽다. 우리는 태극기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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