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강북 뉴타운’ 계획은 서울시가 나서 도로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에 맞는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 전체를 아우르는 개발의 밑그림을 그린 후 ‘이 지역은 보전하고 저 지역은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옳다.
서울시의 복안대로 수년 내에 자치구마다 균형발전 촉진지구를 1, 2개씩 지정한다면 더더욱 서울시의 전체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자칫 주거형 도심형 신시가지형의 뉴타운이 들쭉날쭉 들어서 ‘계획적 난개발’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만드는 과정에서 꼭 짚어보아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속 가능성이다. 뉴타운 건설은 도로 학교 등의 기반시설 공급이 선결되어야 한다. 기반시설을 넣으려면 토지수용이나 환지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보상가 등으로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진다. 따라서 개발기간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시가 발표한 2006년까지라는 공사기간은 턱없이 짧다. 몇 십년을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되려면 강북의 역사, 문화 기능을 키워야 한다. 도심부의 궁궐, 가회동 북촌마을 등은 강북만의 자산이므로 이를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둘째는 친환경성이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지역을 개발한다고 제시한 용적률 150∼200%는 여느 아파트단지처럼 10층 이상의 고밀도 개발이 가능함을 뜻한다. 중·저밀도의 전원주거지를 지으려면 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욱이 강북은 북한산 수락산 도봉산 등 천혜의 산지가 있다. 고층 과밀아파트 단지 때문에 산을 바라다보는 보통 시민들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은 지극히 반환경적인 일이다.
셋째는 여론수렴이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여러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뉴타운 계획은 매우 조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발표부터 해버리니 한 건 터뜨려 밀고 나가자는 옛날 방식이 연상된다. 여론수렴은 절차상의 민주화라는 당위성과 함께 개발후유증을 줄여 건설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는 재원마련이다. 서울시는 뉴타운 공사비로 2조6096억원을 추정했다. 채권, 은행융자, 특별회계 등을 활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 계획대로 2012년까지 강북 20여개 권역을 모두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아직 추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뉴타운 건설로 원주민과 세입자들이 이주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가 된다. 뉴타운 내부뿐만 아니라 뉴타운 주변의 교통시설 건설비도 계상되어야 할 항목이다. 따라서 보다 정교한 재원마련 대책이 제시되어야 뉴타운 계획이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
권용우 성신여대 대학원장·도시지리학·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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