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앞 다투어 ‘고객만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부도 다양한 소비자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 사회적으로 진일보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책이나 제도들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소비환경은 급격히, 그리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전통적인 시장의 개념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과 소비시장의 세계화는 시시각각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태의 소비자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는 소비자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명확하고 통일된 정책목표와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소비자, 사업자 등 소비자보호 주체들간의 기능 재정립을 통해 상호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우선 정부는 소비자보호 법제를 선진화하고 체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이 대두하는 소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규 법제를 도입하고, 여러 곳에 분산된 소비자법령들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시장의 급속한 세계화는 국내 규범과 국제 규범의 조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소비자 보호를 활성화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방 소비자행정은 지역주민의 복지와 직결되는 핵심적인 행정목표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소비자의 수요를 행정에 반영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 점에서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방소비생활센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들도 이제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세계화 개방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우리 기업은 세계 각국의 소비자를 상대로 한 무한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기업가치가 되었다. 소비자 지향적 기업경영 풍토를 정착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정부의 규제에 앞서 자율적인 피해구제 노력이 긴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소비자의 역할이다.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보호의 대상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자 스스로 정보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의 행동 및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선진 소비자로 변화해야 한다. 특히 소비는 국민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생활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택행위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민경제를 튼튼히 할 수 있다는 주체적 소비의식으로 무장한 소비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규학 한국소비자보호원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