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정세웅/수량-수질 관리 미룰 문제 아니다

  • 입력 2003년 3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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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네스코가 세계 물 문제의 해결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발표한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예상 밖으로 종합수질지수 순위에서 8위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뭇 이해하기 힘든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수자원의 양적인 면에서는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146위인 물 부족 국가다.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1인당 연간 강수량이 2705t으로 세계 평균 2만2096t의 1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량 측면에서는 ‘물 부족 국가’, 수질 측면에서는 ‘세계 8위’라는 우리의 수자원 현실은 매우 기형적인 것이다.

수량과 수질은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하천에 물이 부족하면 수질은 나빠지기 마련인 것이다. 매년 갈수기 때마다 하천의 수질 악화가 반복되는 것도 바로 하천의 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수질지수가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수량의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수질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5대강 하천에서는 하천의 수질보전과 정상적 기능을 위해 최소한으로 흘려 보내 주어야 할 필요유량(하천유지 유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열악한 수자원 부존 여건에서 수자원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할 때 적정량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물그릇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1년 봄에 겪었던 가뭄과 2002년 여름의 태풍 루사로 빚어진 피해는 환경친화적인 댐 건설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했다. 이 같은 댐 개발은 지역주민의 참여와 동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지표수 위주의 물 공급 체계를 개선해 지하수와 빗물 이용, 중수도 보급, 해수 담수화 등 다원화된 물 공급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물값 현실화와 물 절약 캠페인을 통한 체계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하천과 저수지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염총량 관리제도’가 조기에 정착되도록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하고, 갖가지 오염원에 대한 관리대책도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 특히 다목적댐 저수지의 수질 보전과 개선을 위해 댐저수지와 상류유역을 연계해 관리할 수 있는 통합수자원관리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직면한 물 부족과 물 위기 문제에 대한 전 지구촌의 즉각적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올해를 ‘세계 물의 해’로 선포했다. 새롭게 출범한 참여정부에서는 이러한 운동에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홍보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세대에 물 문제 해결이 시급한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풍족하고 깨끗한 물을 물려주어야 할 역사적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이러한 소명의식을 느끼고 함께 노력할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물 환경 선진국이 될 것이다.

정세웅 충북대 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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