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희덕/ 청계천 돌다리를 옛 모습대로…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01분


코멘트
논란이 분분하던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우선 고가도로와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하천 정리, 하수도 건설, 교량 복원과 건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본격적인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공사 진행에서 기술적인 부분들은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역사 복원 문제에서는 시각차가 매우 크게 드러나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청계천은 조선 태종 6년(1406)에 개착이 시작돼 태종 12년에 본격적인 공사가 일단락됨으로써 궁궐, 북한산 성곽, 한강과 함께 한양 도성을 이루는 4대 도시조건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후 역대 왕을 거치면서 준설과 보수가 이뤄져 왔다. 그 중 영조 36년(1760)의 대준설과 영조 49년 하천 양안의 석축 완결은 개착 이래 가장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된다. 광교 수표교 등 석교 9개가 가설되고, 양안의 석축도 일부 보완됐으며, 나무기둥을 박거나 버드나무를 심어 방죽으로 삼기도 했다.

영조 때 ‘한성도(漢城圖)’가 제작됐는데, 이 지도에는 당시 한성의 전모가 소상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청계천의 모습이다. 그중에는 이번 복원공사 구간인 5.8km에 이르는 하천에 9개의 석교가 가설돼 있다. 이 때문에 영조 때를 청계천 공사가 완결된 시기로 잡아 이번 복원공사의 기준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양안의 석축 흔적이 남아 있으며, 광교와 수표교는 원형이 보존돼 있다. 그러나 7개의 석교는 대부분 그 모습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광교와 수표교의 복원은 어려움이 없지만 나머지 것은 사진으로 원래의 모습이 전해지면 모조품으로 복원하고, 복원이 불가능하면 하천 상류나 궁궐 등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아름다운 석교를 모방해 복원했으면 한다. 보행교의 경우 목교 설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 차도로 쓰일 석교는 원형을 충실히 모조하는 한도 내에서 실용적 현대교량으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 당국은 ‘청계천복원 건설공사 기본설계보고’를 내놓고 9월 18일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역사 부분만 본다면 양안의 석축 복원도 없고, 21개의 현대식 교량만 전 구간에 배치했을 뿐이다.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자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16일 이 중 수표교만 복제품을 만들어 원래 위치에 설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광교의 경우, 진짜는 박물관으로 보내고 광교가 있던 자리에는 현대식 다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머지 19개의 교량도 모두 현대식으로 세울 예정이다.

복원공사를 하면서도 역사 복원의 실체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영조 때를 기준으로 할 경우 양안의 석축 복원은 물론 9개 석교 중 광교와 수표교를 제외한 7개의 석교는 새 이름과 새 교량으로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시민위원회가 발족돼 130여명의 위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시에서는 위원들의 건의나 요청을 잘 듣지 않고 일을 추진해왔다. 이대로 밀고 간다면 청계천 ‘복원’이 아니라 ‘현대화’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청계천의 역사를 ‘복개’하는 일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이희덕 연세대 연구교수·한국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