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영석/한국과 가까워지는 러시아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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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의 대러시아 외교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동북아 경제중심을 추구하는 참여정부 대외정책의 큰 그림 속에서 러시아가 갖는 잠재력과 그에 따라 한-러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큰 기대에 따르는 역작용인지 요즈음 일각에서 대미 대일 혹은 대중 편중외교를 지적하면서 대러 외교 소홀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실상과는 관계없이 들려온다. 대러 외교의 실무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사실관계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한-러 두 나라는 90년 9월 수교 이래 그 이전 반세기의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괄목할 만한 관계발전을 이뤘다. 그동안 10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비롯해 교역액은 연 32억달러를 넘어섰고, 매년 10만여명이 양국을 오간다.

러시아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에 권력서열 2위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상원의장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축하사절단을 파견해 양국 관계 증진 의지를 새 정부에 전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봄 조순형 대통령당선자 특사와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을 파견해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새 정부의 뜻을 러시아 지도부에 전했다.

7월 서울에서 개최된 경제과학기술 공동위원회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면, 9월 말 미국 뉴욕에서의 외무장관 회담은 굵직한 현안과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한 기회였다. 올해 들어 러시아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된 거점도시사업, 정도(定都) 300주년을 맞이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한국주간’ 행사도 큰 성과를 거뒀다. 대러 경협차관 상환문제 타결로 제한적으로 운영돼 온 금융지원의 길이 열려 러시아 내 에너지 개발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기회가 확대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양국 관계는 앞으로 북핵문제가 타결돼 지역정세가 안정될 경우 제2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문제해결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대해 우리와 인식을 같이하면서 6자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진행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러시아는 이제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 요인(positive influence)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 및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등 대규모 사업에서도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르쿠츠크 가스의 국내도입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러시아 및 중국과 그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지난달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항공센터에서 우리 과학자들이 제작한 과학기술위성 1호가 러시아 발사체의 도움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양국간에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계속돼 온 실질협력의 성과가 우주공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간 정상회담은 앞서 말한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공동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김영석 외교통상부 구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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