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뇌를 연구하는 의사들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초등학교에 이를 때까지 사랑으로 돌봐주고 인정해주고 격려해줘야 제대로 자란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피해아동들은 일주일 내내 부모를 만나지 못했으며 어린이집 원장에게 학대받고 심지어 맞기까지 했다. 심리적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교육을 위해 때린다’는 어른들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속 분노를 합법적으로 내뱉는 것에 불과하다. 때리지 않고도 아이의 버릇을 잘 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엔 인내와 수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매를 드는 어른’들은 이를 알고도 하지 않거나 무식해서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섬뜩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선진 각국은 유아교육기관 원장이나 교사에게 3년 내지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게 하고 실습을 의무화하며 수시로 장학지도를 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스웨덴은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해 100년간 보건복지부처에서 담당하던 탁아소를 1995년부터 교육담당부처에서 맡도록 했으며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취임 직후인 1999년부터 모든 유아들의 보육과 교육을 교육담당 행정부처가 관장케 했다. 프랑스도 만 두돌 된 유아를 유치원에서 놀며 배우게 하고 있다. 아이들이 유아기와 초등학교 시절에 경험하는 모든 것이 감성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기에 국가의 인적자원을 제대로 기르기 위한 정책들이다.
요즈음 한국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어린이집 관련 문제는 사실 1990년 정부가 영유아보육법을 제정할 때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어린이집을 인가제가 아닌 허가제로 해 많이 만드는 것에만 주력했기 때문에 원장이나 보육교사의 자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바깥놀이터가 없어도 됐고, 장학제도도 의무화되지 않았다.
0세부터 만 8세에 이르는 아이들은 묘목과 같아 자칫 잘못하면 마음에 상처가 나고 한번 난 상처는 뇌에 부정적으로 각인되기 쉽다. 이런 상처는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불행으로 내몬다. 명문대를 다니던 L군이 부모를 토막살해한 몇년 전 사건은 어린시절의 불행한 경험이 아주 좋지 않게 폭발한 실례다.
지금이야말로 ‘취업모의 복지 증진’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보육정책을 ‘유아를 위한 유아교육’으로 방향 선회할 것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나아가 가정이 제 기능을 하고 부모들이 유아기 자녀 양육을 진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가정친화적인 정책과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영 중앙대 교수·유아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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