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및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와 세계화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사람의 독단적 판단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한 지식의 공유결합에 기반을 두고 중지를 모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 사회 의사결정의 수평적인 다원화와 민주화가 이뤄지려면 공간적으로도 수도권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크다.
수도권 집중문제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체제에서 비롯됐다. 기업의 수도권 집중은 인구와 함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사회 부문에서의 집중을 유발했다. 그 결과 지방은 지금 자생적 발전을 위한 모든 기반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이 서울과 사막 같은 지방으로 나뉘어야 하는가.
신행정수도의 충청권 건설로 오히려 수도권의 외연적 확대만 이뤄져 지방 발전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지니는 거시적이고 상징적 효과를 도외시한 것이다. 신행정수도가 충청권에 건설되면 충청권은 국토남부지역 발전을 부추기는 선도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수도권의 흡입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신행정수도 건설은 중앙의 정치행정 기능을 이전함으로써 사회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의 독점체제를 탈피해 수도권과 지방간의 동반 발전체제를 이룩하기 위한 선도적인 정책수단이다. 특히 중앙정부청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상징적인 효과와 함께 민간부분의 지방이전과 육성이라는 실질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행정수도가 충청권에 건설되면 지금까지의 지역간 교류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협소한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상 처음으로 지방마다 다양한 지역채널을 갖고 스스로 주체가 되는 네트워크 국토가 형성될 것이다.
지난 40년간 민간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하는 시책들은 성과가 없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정부부문이 변하지 않고는 사회 변화를 기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음을 얘기해 준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이전은 정부의 고유권한이다. 따라서 초기 이주자의 불편을 감수하고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지난 40년간 계속 악화돼 온 수도권의 블랙홀 현상을 타파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70년대 말 임시행정수도가 논의될 당시 1300만명이던 수도권 인구가 지금은 2300만명이나 됐다. 지난 25년 동안 매년 40만명씩 늘어난 셈이며 앞으로도 매년 20만명씩 늘어날 추세다. 새로운 정치·행정의 수도를 만드는 시대적 과업은 우리 국토의 균형발전은 물론 새로운 시대조류에 맞게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시발점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규방 신행정수도연구단장·국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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