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면 중국은 지난해 1월 동북 3성에 있는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으며 제28차 WHC 총회에서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과 함께 등재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북한과 달리 중국은 현지 실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이번 28차 총회의 의장국이자 개최국이어서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80년대부터 벌여 온 고구려사 왜곡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겐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일본의 한국사 왜곡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우리 역사의 정통성에 대한 근원적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우리 사학계가 모두 힘을 합쳐 대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더욱 급한 것은 16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운영위원회가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작성한다는 사실이다. WHC의 자문기관인 ICOMOS의 권고안은 WHC의 세계문화유산 심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는 전력투구해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해 남북한의 관계기관과 학회는 역사를 공유한 한 민족으로서 공조해야 하고 그 의지가 대외적으로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 북한도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및 ICOMOS 한국위원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신청 유적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관계 당국은 ICOMOS 운영위원들과 친교를 맺고 있는 학자 및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준비팀을 구성해 지금부터라도 면밀한 추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 관계자들이 파리에 가서라도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이 ICOMOS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을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셋째, 이런 노력에 병행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북한의 신청 유적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내도록 정부와 학계가 모든 지혜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당장의 대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는 81년 신라 백제 가야 중원 제주문화권 등 5대 문화권 설정 이후 지금까지 소외돼 온 ‘고구려 문화권’을 추가로 설정해 선포하는 등 고구려 문화유산에 대한 범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이융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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