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신구식/군인 ‘교육지원’ 검토할때 됐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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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정부가 현역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친구와 함께 군대에 갈 수 있도록 한 조치에 이어 또 하나의 현역 복무 유인책으로 보인다.

우리의 병역제도는 징병제이기 때문에 군복무 유인책이 심각하게 검토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병역의무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병역면제를 위한 부정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군복무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군복무를 20대의 한창 시절을 완전히 사장시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상존하는 한 단순히 복무기간을 줄이는 것과 같은 시도는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미국의 사례는 앞으로의 군복무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대는 전 세계에서 주둔하는 미군 및 미 군속들이 복무기간 중 대학 및 대학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메릴랜드주립대가 특별히 설립한 학교다.

미군 학생의 등록금과 교재비 등은 모두 미 국방부가 지급한다. 따라서 군 복무기간 중에 성실히 공부하려는 군인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메릴랜드대를 졸업할 수 있다. 단, 학업을 게을리 해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지원금 전액이 환수된다. 당근과 채찍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일찍부터 모병제를 채택한 미국은 가급적 많은 젊은이들의 군 입대를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파격적인 교육지원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이런 방식의 군인 대학교육 지원제도를 도입한다면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첫째, 군 복무기간이 단순히 허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인식돼 군복무의 긍정적 이미지가 제고되고 나아가 병역기피 현상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 차원에서 필요한 병력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로 인해 앞으로 언젠가는 징병제가 한계에 이르고 모병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 대학교육 지원제도는 우수한 병력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학생 수의 감소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지방대에 이들 군인의 교육을 맡긴다면 지방대의 재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비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메릴랜드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학교육 지원제도가 있어도 실제 이를 활용하는 군인은 전체 대상자의 7%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제 지원경비는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또 국공립 및 사립대에 대한 각종 지원금, 실업자보조금 등을 활용한다면 추가적 재원조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과연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젊은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느냐에 달려 있다. 젊은이들이 군복무기간을 유용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장려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신구식 미 메릴랜드대 아시아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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