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경영이 정말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주주들의 단기적 이익이나 감성에 호소하는, 그저 포퓰리즘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일까. 어떤 분야에서건 포퓰리즘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정치적 의사결정과 관련한 것이건 아니면 기업 경영상의 의사결정과 관련한 것이건 다수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국가나 기업의 장기 발전을 저해하는 의사결정을 할 위험은 어디에건 존재한다. 주주중심주의도 언제든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경영을 빙자한 포퓰리즘의 가능성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주주가치경영이 단기적인 성과에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또 기업의 주주총회장에서 제기되는 소액주주들의 요구 전부를 포퓰리즘적 주장이라고 단순히 폄훼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최근 주주총회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소액주주 행동의 큰 조류의 하나로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 의한 주주권 행사를 들 수 있다. 근로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재벌기업에 의한 부당하고 불공정한 합병, 외국인 대주주에 의한 독단적인 경영에 쐐기를 박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 돈으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주민, 소비자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사회책임투자 역시 싹이 트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이해관계자가 주주(shareholder)로 수렴되는 현상으로서, 주주총회장에서의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를 ‘주주가치경영’이란 말로 단순화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뿐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주주화되고 또 주주들이 장기 투자자화될 경우 주주가치경영이 반드시 단기적인 경영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대책’이 자연스럽게 마련돼 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에 여러 재벌들이 무분별한 확장으로 몸집만 불리다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망하는 바람에 국민경제 전체에 큰 해악을 끼친 것은 ‘오너’들의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기아자동차와 같이 특정인이 소유권을 과점한 재벌이 아닌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의 경우도 경영진이 근로자와 담합해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결국 망한 것은 국민기업이니 뭐니 하면서 포퓰리즘에 호소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의 주주권 행사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포퓰리즘을 견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과연 진짜 포퓰리즘은 어디에 있는가.
김주영 변호사·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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