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상균/국민연금 ‘대토론의 場’ 열자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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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연금대란 이후 비교적 잠잠하던 국민연금 반대운동이 다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문답 형식의 비판적 글이 광범위하게 올라와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이 인터넷에 오른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경우는 없었다.

‘국민연금의 비밀’에서 제기된 비판론의 핵심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배우자의 유족연금에 대한 병급(倂給) 조정, 유족연금 수급권의 제한, 소득활동자에 대한 노령연금 감액조치, 연금보험료 납입시의 소득상한제, 연금보험료 체납처분, 연금보험료 신용카드 할부 납입, 장애연금 수급권 제한 등은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대부분 사회보장이나 공적연금의 원리와 내용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편리대로 운영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제도를 만들 때는 물론이고 제도변경 과정에서도 수많은 전문가와 공무원, 각계각층 대표들이 참여해 심사숙고한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보장의 원리 및 외국 제도의 내용과 그 운영방식, 그리고 우리의 현실이 고려됐다.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보도록 하되 지나친 부담증가 요인을 억제하도록 합리적 검토 과정을 거쳤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수렴도 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연금제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제도가 매우 복잡하고 용어가 생소해 그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금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와 연금을 타는 수급자 사이에 이해가 상충될 수 있어 본인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 같으면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연금설계는 최대다수의 국민이 최대한 공평한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때문에 일부 가입자나 수급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때 제도의 내용이나 취지를 전반적으로 보지 않고 좁은 시야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오해와 불신이 야기된다.

이번 ‘안티 국민연금’의 주장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국민 전체를 위해 만든 국민연금제도를 두고 마치 정부나 공단이 자체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오인되면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오해와 불신이 매우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그럴 듯한 것으로 믿어지는 데에 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개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잘못된 내용을 믿기 시작하면 제도의 발전은커녕 퇴보의 길을 걷게 되고 만다.

국민이 국민연금의 진실을 바로 이해하고 믿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국민연금의 필요성과 제도의 내용 및 운영방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대토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국민 다수의 진솔한 의견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국민 다수가 합의하는 제도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국민연금 폐지론자들과 공단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루하고 백해무익한 소모전도 종식될 것이다.

김상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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