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에너지는 곧 국가생존과 직결돼 있다. 이라크전쟁 등 대부분의 국제분쟁이 에너지 확보와 연결되어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중국발 에너지 위기론’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안정적 에너지 확보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국가정책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에너지 다변화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 바로 원자력발전이다. 자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기술집약적 에너지인 원자력은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국에는 경제적 효용가치로서뿐 아니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유용한 에너지다. 우리나라와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프랑스와 일본도 원자력발전을 통해 에너지 자립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도 전력소비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까지 20기 이상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이용 문제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태양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이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이용확대는 미래의 에너지 이용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할 국가과제임에 틀림없다. 궁극적으로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에너지 이용만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아무리 확대한다 해도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그것으로만 얻을 수는 없다. 가능한 기술력과 경제성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한계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고, 자원고갈 문제도 안고 있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려면 ‘저비용, 대량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에너지 정책은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
이 점에서 ‘신·재생에너지 논의의 확대’를 ‘원자력발전의 폐지론’으로 연결시키는 일부 환경단체와 정치권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적 이용 한계와 미래의 에너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폐지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는 별개로 미래의 에너지환경을 토대로 논의돼야 한다.
한 국가의 에너지정책은 그 나라의 에너지 현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에너지 또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실을 바탕으로 논의돼야 한다. 원자력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에너지정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재삼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정보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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