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장석인/기로에 선 ‘주식회사 대한민국’

  • 입력 2004년 7월 1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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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1998년까지 독일은 구 동독사회의 재건을 위해 총 1조1250억마르크(약 700조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입해야 할지 독일 정부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 이런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지금까지 사회적 갈등의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도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게 된다면 북한지역에 최초 10년간 3000억∼5000억달러(약 360조∼600조원)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전문기관들의 견해다. 이 돈을 정부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이 돈을 감당할 만한 고부가가치의 창출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수도이전에 따른 부담은 또 어떤가. 수도이전 비용으로 정부는 46조6130억원이 든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안보비용 7조7703억원, 토지수용비 1조5785억원, 이자지출 16조8000억원을 포함해 7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모두 추정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 2∼3배가 들지도 모른다. 독일의 통일재건 비용은 예상치의 3배가 넘었다. 이로 인해 독일은 국가부채가 유럽연합 권고치(국내총생산의 3% 이내)를 넘어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를 초래했으며, 결국 실업수당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이전 비용에 통일비용까지 고려해야 할 우리에겐 독일의 사례가 좋은 교훈이 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46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이 들어도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비용문제는 그렇게 쉽게 말해선 안 된다. 불가피하게 수도를 옮긴다면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에는 그런 고려가 미흡하다. 비용을 생각하면 수도 후보지는 내륙보다 해안지역을 택해야 했다. 좋은 예가 서해안 지구다. 이곳은 내륙에 비해 이전비용을 10분의 1은 줄일 수 있다. 바다를 이용하면 물류비 등의 비용절감은 물론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과의 교역 증대 등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도 내륙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재정 형편이 46조원 이상의 막대한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 또 그 재원을 과연 수도이전에 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 돈을 수도이전에 투자할 때보다 인재 및 기술 투자와 기초과학 등 교육 투자에 쓸 때의 경제적 편익이 더 크다고 본다. 미래 지식경영시대에는 정보와 지식이 국익을 가름한다. 교육은 그 성과가 10∼15년 뒤에야 눈에 띄는 공공재다. 수도이전 비용이 장기적으로 이런 지식과학의 핵심 역량에 투자될 때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자신의 부가가치와 재정상태를 보아가며 사업을 확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산하기 쉽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국가의 재정상태를 유지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투자할 매력을 느끼게 된다. 수도이전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건전한 국가 재정상태가 전제될 때 비로소 고려할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장석인 서울시립대 강사·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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