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도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게 된다면 북한지역에 최초 10년간 3000억∼5000억달러(약 360조∼600조원)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전문기관들의 견해다. 이 돈을 정부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이 돈을 감당할 만한 고부가가치의 창출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수도이전에 따른 부담은 또 어떤가. 수도이전 비용으로 정부는 46조6130억원이 든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안보비용 7조7703억원, 토지수용비 1조5785억원, 이자지출 16조8000억원을 포함해 7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모두 추정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 2∼3배가 들지도 모른다. 독일의 통일재건 비용은 예상치의 3배가 넘었다. 이로 인해 독일은 국가부채가 유럽연합 권고치(국내총생산의 3% 이내)를 넘어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를 초래했으며, 결국 실업수당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이전 비용에 통일비용까지 고려해야 할 우리에겐 독일의 사례가 좋은 교훈이 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46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이 들어도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비용문제는 그렇게 쉽게 말해선 안 된다. 불가피하게 수도를 옮긴다면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에는 그런 고려가 미흡하다. 비용을 생각하면 수도 후보지는 내륙보다 해안지역을 택해야 했다. 좋은 예가 서해안 지구다. 이곳은 내륙에 비해 이전비용을 10분의 1은 줄일 수 있다. 바다를 이용하면 물류비 등의 비용절감은 물론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과의 교역 증대 등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도 내륙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재정 형편이 46조원 이상의 막대한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 또 그 재원을 과연 수도이전에 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 돈을 수도이전에 투자할 때보다 인재 및 기술 투자와 기초과학 등 교육 투자에 쓸 때의 경제적 편익이 더 크다고 본다. 미래 지식경영시대에는 정보와 지식이 국익을 가름한다. 교육은 그 성과가 10∼15년 뒤에야 눈에 띄는 공공재다. 수도이전 비용이 장기적으로 이런 지식과학의 핵심 역량에 투자될 때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자신의 부가가치와 재정상태를 보아가며 사업을 확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산하기 쉽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국가의 재정상태를 유지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투자할 매력을 느끼게 된다. 수도이전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건전한 국가 재정상태가 전제될 때 비로소 고려할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장석인 서울시립대 강사·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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