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우리말 다듬기’ 기대크다

  • 입력 2004년 8월 1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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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순화(純化·醇化)는 비속어를 쓰지 말자는 ‘국어 정화’도 뜻하며, 외래어를 토박이말 중심으로 번역해 쓰는 ‘말 다듬기’도 뜻한다. 특히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모국어가 수난 당한 바 있어 광복 후 일본어의 찌끼를 청산하려고 ‘우리말 도로 찾기’를 시작한 이래 국어순화운동이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왔다. 그래서 외래어들에 대한 순화어들도 많이 만들었지만, 언중의 공감을 얻어 정착한 순화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그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 까닭은 국어 순화가 국립국어연구원이나 국어운동단체의 전문가나 하는 일로 비치고 순화어 만들기에 언중의 직접 참여가 거의 없었던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학교에서조차 국어 순화를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 교육을 받은 바 없어 국어 순화의 자율적 능력이 국민에게 형성되지 못하였고, 마음은 국어 순화를 지지하지만 입은 외래어를 사용하여 실천이 따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국어 순화는 이제 몇몇 학자가 모여 하는 위로부터의 순화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립국어연구원이 동아일보와 함께 시작한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는 네티즌이 순화어를 제안하고 인터넷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인터넷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국어운동을 선보였다.

외래어 순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일반은커녕 국어학자들에게서조차 의견을 수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제는 국민 누구나 직접 참여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이번 인터넷 여론 조사 결과 ‘리플’은 ‘댓글’로, ‘웰빙’은 ‘참살이’로, ‘(지하철) 스크린도어’는 ‘안전문’으로 바꾸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 중에 ‘웰빙’은 ‘행복, 건강, 안녕’ 등의 기존 단어로도 번역될 수 있는 것이라 윤리적으로 ‘참된 삶’의 뜻을 지닌 ‘참살이’로 번역함이 부적합하다는 반론도 있으나 웰빙이 궁극적으로 물질적 욕심의 삶을 떠나 정신적 여유의 삶을 살자는 것이라면 ‘참살이’는 정신적 가치까지 반영한 훌륭한 신조어라 하겠다.

혹자는 순화어를 전문가가 아닌 네티즌의 인기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인터넷시대에 네티즌의 의견 수렴은 가장 빠른 여론 수렴의 길이므로 이런 방식은 효율적 언어조사 방법이라 하겠다. 오히려 전문가 몇 사람이 설문조사도 없이 이상한 신조어를 직관으로 제시하여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탁상 순화운동을 생각한다면 네티즌 참여 방안을 더욱 정교한 방법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화운동에 참여할 일을 찾는 이들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의 참가를 고려함직하다.

동아일보는 국민의 80%가 문맹자이던 1920년대 말 문맹퇴치 사업을 주도했다. 그것이 제1의 국어문화운동이라면 이번에 시작한 국어순화운동은 네티즌과 함께 모국어의 힘과 빛을 찾는 제2의 국어문화운동으로 승화시켜 빛나는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민현식 서울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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