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절대 다수 국민은 국가보안법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송두율씨와 같은 간첩 혐의자나 극소수의 친북 좌경분자들뿐이다. ‘왜 국가보안법이 문제냐’는 것이 다수 국민의 정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금은 국가보안법 개폐를 논할 때가 아니다. 첫째, 국가보안법의 태생원인인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이 변하지 않았다. 북한의 노동당규약 전문은 이렇게 돼 있다.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으며….’ 한반도의 적화통일이 그들의 최종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선군(先軍)주의를 내세우고 핵무기를 개발하며 대규모 병력을 휴전선 근방에 배치하는 것도 한반도 공산화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
둘째, 북한은 훨씬 더 혹독한 형법을 갖고 있다. 북한 형법에는 국가주권을 반대하는 죄, 민족해방 투쟁을 반대하는 죄, 반국가적 범죄에 대한 은닉 및 불신고죄 등이 명시돼 있다. 위반할 경우 사형이나 전 재산 몰수다. 이 법에 의해 수용소로, 탄광으로 추방당한 동포가 수만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국가보안법만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적전에서 무장해제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국가보안법이 지난 시절 무리하게 적용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의 무리한 적용’이 아니라 ‘현재의 존재가치’다. 더구나 현 국가보안법은 1991년에 개정돼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없어졌다. 1조 2항에 ‘법의 적용이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보안법이 지난날 이 법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한풀이 대상일 수 없다.
넷째,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청와대 앞에서 ‘김정일을 통일대통령으로’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다고 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거리나 대학 캠퍼스, 각종 행사장, 각 가정 등에서의 인공기 게양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숨어 있던 친북 좌경분자들이 뛰쳐나와 우리 사회를 대혼란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경제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은 100년, 10년 전의 과거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인권위가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을 걱정한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라고 권고해야 할 것이다. 북한 동포들의 참혹한 인권실상을 공개하고 김정일에게 개선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론의 결집이 절실한 이때, 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국가보안법 문제로 국민의 편을 갈라 이전투구에 국력을 소진할 가치가 있는가.
이상훈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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