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제가 나아질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몇 년째 수출에만 의존해 온 ‘외끌이 경제’다. 그러나 대외 여건 악화로 내년에는 이마저 어려워진다고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전망치를 4%대로 대폭 낮추었고 내년에는 3%대로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환경을 노동계 대표들은 공감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시간이 별로 없다. 고령화시대에 진입하는 2020년까지 겨우 15년이 남았을 뿐이다. 10년째 헤어나지 못하는 국민소득 1만달러의 늪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의 합치된 힘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노사관계의 안정이다. 1987년 이후 우리는 고율의 임금인상과 노사분규를 해마다 겪고 있다. 단언컨대 지금과 같은 세계 최하위 수준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가지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1980년대 아일랜드는 매년 200건이 넘는 파업으로 ‘노조공화국’이라는 오명 속에 유럽 최빈국 신세를 벗지 못했다. 물가는 매년 20%씩 올랐으며 실업률은 17%에 달했다. 위기에 처한 아일랜드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과 고용 안정을 도모했으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 현재는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유럽 최고의 부자 나라로 도약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간 대타협이 시급하지만 노동계는 중앙 차원의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춘투, 하투도 모자라 동투까지 계획하고 있다. 하루빨리 노사정 고위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회생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혹자는 또 ‘파업 시비냐’, ‘남의 탓만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위기의 모든 원인이 노동계 탓은 물론 아니다. 정경유착과 분식회계, 탈세 등 과거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투적인 노조와 고임금,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기업가정신의 위축과 외국인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3년만이라도 개별 기업의 임금 단체협상에서 휴지기를 가질 것을 제의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더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분열을 할 때 휴지기를 거치고, 이때 DNA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휴지기에 기업은 기술혁신과 해외시장 개척 등에 매진하고 노조에서도 생산성 향상으로 이에 화답한다면 경제 활력의 회복은 물론 근로자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청년 실업자에게는 더 많은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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