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규모 학교가 내신에 불리하다는 이유 때문에 한때는 과학고 학생들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과학고 2학년 수료생들이 일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그런 문제가 일부나마 해소됐다.
그런 와중에 2005학년도 특수목적고 입시에서 외국어고의 경쟁률이 전년에 비해 40% 줄고 과학고가 30% 증가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외국어고의 경우 동일계 진학 때 주는 가산점 혜택을 ‘어문계열 진학시’로만 한정하는 등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역할이 없어진 것이다.
과학고의 경우는 ‘좋은 학과’라는 의대나 치대 진학에도 불이익은 없다. 그러나 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과학고 졸업 후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이 생기면, 대학 졸업 후 다시 의학을 공부할 수 있다. 그때 대학원에 가도 전혀 늦지 않다.
큰 업적을 낸 과학자들은 고교 때부터 과학에 남다른 소질과 관심을 보였다. 금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프랭크 윌첵은 22세 때인 1973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바로 그 학위논문으로 지도교수와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 공동수상자인 데이비드 폴리처는 25세 때인 197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당시 학위논문이 윌첵의 것과 비슷한 것이었고, 그로 인해 노벨상을 받았다.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파울리는 20세 때 과학백과사전에 상대성원리에 관한 긴 글을 썼는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그 글을 읽고 감탄할 정도였다. 파울리는 21세 때 박사 학위를 받았고 28세 때 스위스 취리히공대의 정교수가 되었으며 45세 때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위대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큰 관심을 가졌고, 평생 과학연구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은 대학에 조기 입학할 수도 있고, 조기에 졸업할 수도 있어야 한다. 수학의 노벨상격인 필즈상(Fields Medal)을 29세 때 받은 미국의 찰스 페퍼먼은 16세 때 메릴랜드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의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대학에 입학했고 19세 때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1세 때 정교수가 됐다.
대학의 자체 판단으로 우수한 학생을 고교 졸업장과 관계없이 입학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과학의 길에 들어선 학생에게는 평생 과학연구에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교육부는 이제 우수한 과학 영재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 수준 높은 대학교육과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학자로 커 나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의 연구로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는 일은 말 그대로 요원할 것이다.
장수영 포항공대 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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